‘스피치 인사이트’는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과 국내 대중 여론의 SNS를 분석하여 그들의 발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이슈가 왜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며 대중 여론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당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러 입장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각계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기상조라거나, 보다 사회적 합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목소리이다. 이런 목소리와 별개로 이미 2020년 4월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2020년에는 기독교계 매체들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졌을 뿐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은 2020년 9월28일부터 11월22일까지 8주간 네이버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추출한 보도를 분석한 바 있다. (<표1> 참고) 당시 총 784건이 추출되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보도를 한 언론사는 103건을 보도한 크리스천투데이였고, 1~5번째 많은 보도를 내놓은 매체가 모두 기독교계 매체였다.

▲ 표1) 2020년 9월28일부터 11월22일까지 네이버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 표1) 2020년 9월28일부터 11월22일까지 네이버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당시 모니터 결과 주요일간지는 총 151건으로 총 보도량의 19.3%만 차지했고, 방송사가 20건으로 2.6%, 경제지가 2.0%(16건), 통신사 4.6%(36건), 주간지 27건(3.4%)를 차지했었다. 이처럼 2020년 당시 주류 언론들은 평등법이라는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이에 반해 평등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일부 매체는 매우 많은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여기에 주요일간지 보도량이 높은 것은 국민일보 보도량이 워낙 높고,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비교적 해당 이슈를 꾸준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홍보 이미지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홍보 이미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러나 이때에만 해도 주요 언론의 관련 보도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작년 6월29일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안(대표 발의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발의했고, 다음날인 6월3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는 했다. 그러나 민주당 다수 의원이 동의한 입법안은 나오지 않았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물밑작업만 활발했다고도 할 수 있다.

6월16일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5월24일 국회에 공개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6월16일 10만명 동의를 받아 국민동의청원 요건을 충족했다. 그리고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범여권 의원 24명과 함께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평등법)을 대표 발의했다. 게다가 이후에는 권인숙,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도 계류 중이다. 따라서 언론은 이른바 각종 안을 놓고 비교하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요건을 충족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입법이 추진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짚는 과정을 밟았어야 했다.

또 다른 계기도 있었다. 10월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단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10월12일 부산에서 출발해 도보행진단 미류, 이종걸 활동가가 11월10일 국회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 도착한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간인 10일에 맞춘 것이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29일까지로 법안 심사기한을 연장했다.

그리고 지금 국회 앞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25일에는 국회를 에워싸는 99인이 국회를 포위하는 99개 깃발 액션을 했다. 그리고 이날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종걸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외쳤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관련 2021년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보도량 어땠을까

▲ 표2)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 분석.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 표2)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 분석.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그렇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언론보도와 여론은 어땠을까?

이번에는 뉴스와 여론 빅데이터 전문조사기관 <스피치로그>를 활용하여 2021년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5개월간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를 추출했고, 해당 보도에서 추출된 주요발언을 분석해보았다. 스피치로그는 현재 96개의 언론사의 보도를 수집하고 있다. 그 결과 이 기간 중 총 1569건의 보도가 추출되었다.

2020년 분석 당시에는 네이버 검색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2021년에는 주요 언론사 96개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기간 또한 달랐기에, 해당 보도량에 대한 단순비교는 불가능하다.

다만 보도량이 가장 많은 언론사 10위를 뽑아보면 <표2>와 같았다.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언론사는 123건을 보도한 경향신문이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1이 뒤를 이었고, 국민일보도 86건으로 4번째로 많은 보도를 했다. 언론사의 유형별로 나눴을 때, 여전히 가장 많은 보도를 한 유형은 중앙일간지(523건 33.3%)였다. 이어 인터넷언론사(342건, 21.8%), 통신사(242건, 15.4%), 경제지 202건(12.9%), 방송사(173건, 11.0%)였다. 대체로 2020년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행태로 분석된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국민의힘

6월15일~11월14일, 차별금지법 관련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은 ‘시기상조’

그렇다면 이들 보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문은 누구의 어떤 말이었을까? 국회 국민청원기준이 충족되고, 이상민 의원안이 발의되는 시기인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언론의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시기상조”라는 발언이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논쟁이 심한 부분은 오해의 불식, 충분한 토론과 혐의,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이 여러 번 인용되었다. 이준석 대표의 “시기상조” 발언이 가장 많이 인용되기는 하였으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장혜영,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발언도 10회 이상 인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표3)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의 발언문 분석.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 표3) 6월15일부터 11월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의 발언문 분석.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최근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이재명 후보 발언들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도보행진단이 국회 앞에 도착하는 11월10일을 전후한 시기의 검색 시기를 좁혀보았다. 2021년 11월8일부터 11월14일간인 1주일간 보도량은 186건이었다. 이들 보도에서 어떤 발언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는지 살펴보면 <표4>와 같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대선 후보, 특히 여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어떤 발언을 했는가로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발언 내용도 대부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보하는 발언 내용이 많이 인용되었다.

▲ 표4)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의 발언문 분석 .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 표4)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스피치로그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키워드로 추출된 보도량의 발언문 분석 . 표=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SNS와 커뮤니티는 비판과 지적의 목소리

그러나 같은 시기(11월8~14일)에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을 키워드로 스피치로그의 biz로 트위터 와 커뮤니티 여론을 분석해보면 언론보도와는 다른 발언이 더 주목받았음을 알 수 있다. 스피치로그의 BIZ 분석은 발언과 발언자를 활용하여 맞춤형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차별금지법으로 검색했을 때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화제가 된 발언은 <그림1>이다. 차별금지법으로 봤을 때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발언이 가장 많은 리트윗 수치를 보였다.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인 제정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7884번이나 리트윗되었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회장의 발언,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의전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의 발언도 화제가 되었다.

같은 기간 차별금지법으로 검색했을 때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보인 글은 “와 이재명 후보 우클릭 행보 진짜 천재네요”(3908 조회수), “이재명 차별금지법 ‘신중모드’에 난감해진 민주당”(3862 조회수), “차별금지법 앞에선 참 무력한 ‘이재명은 합니다”(2625 조회) 등이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최근 차별금지법 여론의 핵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임은 분명해보인다. 차이라면 언론에서는 그의 발언을 옮기는데 수준이었다면,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적 관점,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화제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1)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스피치로그 biz로 트위터분석 (리트윗제외)
▲ 그림1)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스피치로그 biz로 트위터분석 (리트윗제외)
▲ 그림2)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스피치로그 biz로 커뮤니티 분석
▲ 그림2)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차별금지법 키워드로 스피치로그 biz로 커뮤니티 분석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언론은 어떤 보도를 내놓았어야 할까. 차별금지법을 사회적 공론장의 주요 아젠더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왔어야 했다. 또한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언급될 때, 대선 주자의 발언을 옮겨 전하는 그치지 않고 여론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각계의 우려 섞인 주장 중에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팩트체크해서 국민에게 전했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일정을 잘 전달하고, 현재 나와있는 법안들을 비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며 여론을 모아가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보도는 대부분 동정 보도에 그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 미지수라는 예측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영원히 ‘시기상조’이며, 영원히 ‘일방통행식 처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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