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시청자위원회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의 YTN 항의방문에 대해 “재발 방지 약속과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거대 정당 국민의힘이 정치적 유불리와 이념에 따라 언론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YTN 시청자위원회는 25일 성명을 내어 “생각이 다르면 ‘좌파’, 비판적 보도엔 ‘편파’라 믿는 일차원적 언론관이야 자유로운 상상의 영역이라 이해할 수도 있으나 제1야당이 단건의 보도에 항의하는 의미로 직접 행동에 나선 점은 엄중한 사안”이라면서 국민의힘 방문을 비판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3인(박성중, 정희용, 홍석준)은 18일 오전 YTN 보도에 항의하며 우장균 사장과 면담했다. YTN 시사보도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해 부당하게 취재·보도했다는 이유다. 해당 프로그램 취재진은 16일 김씨를 둘러싼 주가조작, 뇌물, 논문표절 등 의혹에 해명을 구하려 자택을 찾아갔으나 김씨를 만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사전 약속 없이 찾아간 취재진이 일방적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언론으로서 기본적인 취재윤리나 예의조차 망각한 파파라치나 다름없는 행위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YTN 시청자위원회는 “취재 과정을 보면 직원의 제지나 안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수긍하고 ‘이사 여부’ 등 김 씨 행적을 조심스레 되묻는 수준”이라며 “김 씨 관련 의혹이 ‘일방적’이라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은 YTN 외 다른 많은 매체가 보도하는 그 의혹들을 다시 한번 정독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6일자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6일자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보도화면 갈무리.

‘취재윤리’를 문제 삼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YTN 시청자위원회는 “당사자에게 미리 허락받고 방문해야 한다면 공적 의혹을 받는 공인을 인터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최근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낙상사고 등 여타 사건에서 수많은 기자가 사전 허락 없이 의혹 당사자 자택이나 사무실에 진을 치고 기다려 무의미한 사적인 모습까지 보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남는 것은 YTN의 취재 목적이었던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이 과연 공인이어도 보호받아야 하는 내밀한 사적 영역인지 여부”라며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주가조작은 엄연히 범죄이며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은 이미 구속됐다. 범죄 연루 의혹은 사생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뉴스가 있는 저녁’ 방송 자체가 여권 친화적이고 편파적이라 지적했는데, 시청자위원회는 그 근거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1달로 기간을 끊어 모니터링을 하면 시기별로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10월 한 달간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 리포트는 총 18건이었는데 이 중 대장동 의혹 논평이 2건, ‘저널리즘 언론 비평’이 8건, ‘인권·노동권·코로나19 극복 등 사회 전반의 공공 이슈’ 8건 등으로 구성됐다”며 “‘광고 수익에 매달린 언론 보도의 문제’ 등 다른 언론과 국민의힘 모두 관심이 없는 ‘저널리즘의 위기’는 물론, 정파성과 무관한 보편적 가치가 달린 이슈까지 각 8건이나 소화했다는 점은 오히려 독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장동 의혹 논평 2건 역시 법조 기자의 윤리 문제, ‘개발이익환수법’ 관련 언론의 비일관적 보도 태도 등 ‘저널리즘’으로 접근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2019년에는 시청자위원회를 좌파로 매도하더니 지난 8월에는 YTN 앵커에 ‘스토킹’ ‘배후’를 운운하며 모욕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아예 YTN을 찾아왔고 앞서 살펴본 대로 별 근거도 없이 ‘친여 행동대장’ ‘파파라치’를 거론했다”며 “한 번이면 과하다 하고 말겠으나 이쯤 반복되면 YTN을 길들이기 위한 권력 남용이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정당이라면 그에 걸맞은 품격과 민주주의적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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