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언론 불신과 뉴스 리터러시의 과제’ 세미나에서 뉴스에 부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교육이 언론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맡은 강사와 수강생 대상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을 말한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기관과 일부 교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시민 교육, 학교 교과 연계 교육, 자유학기제 교육 등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검증하거나 다양한 기사를 검색해보고, 언론의 구조를 이해하게 된 점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다만 교육 이후 언론 신뢰 여부를 두고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일부 수강생은 언론을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응답한 반면 오히려 언론 전반을 ‘불신’하는 경향을 보인 경우도 있다.

수강 이후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한 수강생은 “(언론의 왜곡보도) 사례 드는 걸 너무 많이 봤다”며 “진영에 따라 다르구나, 자기들 프레임으로 시각을 몰아가고 있구나,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되더라”라고 답했다. 다른 수강생은 “알면 알수록 더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 강사들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교육 방식이 의도와 달리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강사 H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게 비난은 아닌데 이를 분간해서 봐야 하는데, 강사들은 (사례로) 안 좋은 걸 먼저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강사 G 역시 “문제가 있는 사례가 계속 나오니, 평소 뉴스를 안 볼수록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 과정에서 뉴스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 오보나 왜곡보도 사례를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해 범부처 차원의 첫 미디어 교육 종합계획 발표 자료. 팩트체크 교육이 강조됐다.
▲ 지난해 범부처 차원의 첫 미디어 교육 종합계획 발표 자료. 팩트체크 교육이 강조됐다.

강사들은 문제적 사례와 함께 좋은 뉴스의 사례와 언론의 순기능을 균형적으로 보여주는 등 교육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사 G는 “커리큘럼에서 뉴스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를 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명절 기간 내 여성의 가사노동 문제를 이야기 해서 사회 아젠다를 제시했다거나, 버닝썬 관련 뉴스 등을 통해 사회에 미친 영향 등 긍정적 기능을 적극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사 H 역시 “강사들이 극단적인 케이스를 여러개 보여주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례를 들더라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보여주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방기했을 때 나타날 폐해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커리큘럼을 구성하거나 예시를 드는 과정에서 극단적 사례를 연이어 배치하는 식의 수업은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언론보도로 사회가 보다 진전한 사례 등을 함께 언급해 언론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 발제자와 패널들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강조해온 ‘팩트체크’ 교육이 과잉 대표되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강사 I는 “이전에도 가찌뉴스 팩트체크를 아이템으로 하는 수업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수업의 한 파트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예 4차시부터 12차시까지 (비중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떤 시각에서 다루는지 등 미디어가 현실을 재현하는 전반을 탐구하는 요소가 중요한데 팩트체크 중심 교육은 단순한 ‘진위 여부 판별 교육’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 24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언론 불신과 뉴스 리터러시의 과제’ 세미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24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언론 불신과 뉴스 리터러시의 과제’ 세미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장기간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온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는 “뉴스에 대한 접근을 하고, 깊이 사고하면서 뉴스를 향유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학생들이 팩트체크 교육을 좋아하는 면도 있다. 다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깊이 있는 사고와 탐구가 필요한데 팩트체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답을 골라내는 방식이라 쉽게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시민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떤 존재가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만드는 교육이라고 본다”면서 “뉴스를 통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목적성을 가진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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