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1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 채널A, JTBC, MBN이 개국했다. 내달 1일이면 종편 개국 10년이다. 개국 후 종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특혜 논란’, ‘편파 보도’ 등으로 요약된다. 종편을 둘러싼 논란은 보도 중심으로 전개돼 왔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였다.

초기부터 종편 예능 프로그램은 큰 투자가 필요없이 눈길을 끌 수 있는 토크쇼 위주 편성을 선보였다. MBN ‘황금알’(2012~2017)이나 ‘동치미’(2012~)를 시작으로 JTBC의 ‘마녀사냥’(2013~2015)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었다.

JTBC 인기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마녀사냥'. 
JTBC 인기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마녀사냥'. 

2016년 JTBC ‘뉴스룸’ 영향력 확대와 함께 2019년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부터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때까지 보도나 예능에서 ‘JTBC만은 예외’라는 인식이 있었다. 종편 콘텐츠에 대한 저평가와 비판이 여전했던 것. 

그러나 2019년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큰 히트를 하면서 지상파 시청률을 상회하게 된다. 이후 트로트와 인기 트로트 가수를 활용한 ‘미스터 트롯’,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등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TV조선 특유의 예능 스타일을 갖추게 됐다.

이를 테면, 중장년 사랑 이야기를 다룬 관찰 예능 ‘아내의맛’, ‘우리 이혼했어요’ 등도 ‘TV조선 스타일 예능’을 굳혔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서도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5%라는 기록을 만들면서 이제 지상파도 트로트를 활용한 예능을 만들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TV조선 '미스터트롯'.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종편 예능과 드라마가 점점 자리를 잡았고, 특히 JTBC의 경우 드라마와 예능 모두 지상파 방송사 급으로 성장했다”며 “TV조선도 트로트 오디션 성공 이후 지상파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하 평론가는 “보도 기능 위주였던 종편이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주목할 만한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종합 방송사로 성장하는 모습”이라며 “지상파가 오랜 시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예능 시리즈나 드라마 형식을 반복 제작하면서 시청자를 유지하고 있다면, 종편은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성공시키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JTBC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JTBC

큰 히트작이 종편의 전체 시청률을 끌어올린 효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TV 시청층이 고령화하면서 개국 초기부터 고령층을 시청 타깃으로 잡은 것이 성장 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지상파까지 종편 포맷을 따라하거나 종편 스타들을 출연시키며 유사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이 됐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종편 드라마의 경우 그동안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 제작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막장드라마 같은 통속극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는데 이는 종편 시청층이 고령층이다보니 타깃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에서 호평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예능의 경우에도 종편이 새 트렌드를 이끌었다기 보다는 고령의 시청자들을 고려한 콘텐츠를 제작하다보니 ‘트로트 오디션’, ‘자극적 사생활을 담은 관찰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 중심이 됐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TV 시청층에 어필하자 다른 종편으로 퍼졌고 지상파까지 따라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커플의 고민이나 자극적 사생활을 관찰 카메라에 담는 종편 예능은 지상파에서는 내놓기 힘든 수위들”이라며 “종편이라는 플랫폼에 맞는 전략을 세워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주목받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젊은 시청층이 OTT나 유튜브로 눈을 돌린 사이 중장년층에 특화한 콘텐츠를 제작해온 종편의 생존 방식을 이제 지상파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미디어 환경이 됐다는 진단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종편이 출발할 때 물적 토대는 굉장히 열악했다. 선택지는 저렴하면서도 당장 눈길을 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연예인 사생활에 관한 토크쇼 △건강 토크쇼 △일반 가정이나 커플의 연애·사랑과 관련한 관찰 예능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령화한 종편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1시간 넘게 토크를 주고받는 일부 프로그램은 자극적 콘텐츠로 이어져 문제를 일으켜온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이런 흐름 위에 종편 시청층이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인 ‘트로트’가 발견됐다”며 “이후 OTT가 출범하고 유튜브로 시청자들이 빠지면서 방송 시청률은 하락했다. 줄어든 시청층을 두고 지상파와 종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상파가 종편에서 성과를 거둔 포맷을 따라하고 종편 출연자들을 대거로 받아들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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