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H:730이 9월 말 휴간을 고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돌아왔다. 즐겨 보던 뉴스레터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들었다. 당시 H:730 휴간을 알리는 메일에 적힌 휴간 사유는 ‘인력 부족’이었다. H:730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독자들을 다시 찾아온 걸까. 

뉴닉, 어피티 등 뉴스레터 기반 매체가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언론사에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식의 뉴스레터 붐이 일었다. 뉴스레터란 시도까지는 좋았다. 미국에서는 뉴스레터 기반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이 크리에이터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고, 뉴욕타임스도 70여 종이나 되는 분야별 뉴스레터를 보유하고 있다.

뚜렷한 성과 없는 디지털 혁신에 시달리던 언론사에 뉴스레터는 모처럼 등장한 ‘실체 있는 혁신’이었다. 국내외 성공사례에 비춰볼 때, 잘만하면 충성 독자도 얻고 콘텐츠 유료 모델을 도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을 테다. 문제는,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 이후 계속된 언론사의 ‘혁신 피로’였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게 혁신이라지만 혁신에는 피로가 따른다. 혁신에 공감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반발, 혁신을 떠안은 소수 구성원에게 주어진 과도한 책임, 혁신 비용 등을 생각하면 피로감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하다. 더욱이 언론사는 바뀌기 어려운 조직이다. 취재가 주 업무라면, 디지털, 뉴스레터, 독자 모델 구축 등 여러 과업은 부 업무가 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휴간으로 더 두드러지긴 했지만 한겨레 H:730이 말한 ‘인력 부족’은 다른 언론사도 겪고 있는 문제였다. 뉴스레터를 시도하려면 주 업무 인력을 어디선가 빼 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고, 또 회사로선 성과가 불확실한 업무에 많은 인력을 줄 이유도 없었다.

뉴스레터를 맡게 된 기자는 ‘경력 단절’을 느낀다. 본인은 ‘취재하는 사람’인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 이 시간이 자꾸만 경력을 단절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의욕 있는 기자들은 뉴스레터도 만들고 취재도 하지만, 이 의욕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혁신을 요하는 분야는 뉴스레터만 있는 게 아니다. 영상도 만들어야 하고 동물, 젠더 등 분야별로 특화한 콘텐츠도 발굴해야 한다. 이런 걸 담당하는 부서에 취재 기자가 가지 않으려고 하니, 혁신을 담당하는 건 계약직 혹은 비취재 인력이 된다. 그 사이 구성원들은 피로함을 느끼는 거다. ‘잘하는 걸 더 잘하면 됐지, 혁신은 무슨’이란 마음이 들기 십상이다. 

사실 이런 혁신 피로를 없앨 방법은 없다. 혁신 피로는 혁신하는 기업의 ‘상수’다. 하지 않던 걸 새로이 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혁신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 밖엔 없다. 혁신을 담당한 인력에는 조직의 배려가 필요하고, 혁신 시도가 담당자의 새로운 커리어가 될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지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또 혁신 과정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소수 몇 명이 땜질식 하듯 혁신 시늉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구조적으로 혁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위 처방은 다 아는 얘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공자님 소리처럼 들릴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 글이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서다. 오래간만에 언론사에 분 ‘혁신 붐’이다. 뉴스레터를 계기로 언론사가 여러 혁신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중요한 건 혁신이 아니라, ‘혁신을 감당할 체력’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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