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며 일부 기사에 실은 ‘노태우 사진’을 두고 저작권 논란이 일었다. 1987년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발표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연합뉴스 자료사진’으로 소개됐으나 실은 한국사진기자협회가 1988년 발행한 보도사진연감에 수록된 사진을 연합뉴스가 다시 찍어 남긴 사진 자료였다. 본래 사진은 박상문 전 서울신문 사진기자가 찍은 것이다.

연합뉴스와 사진 계약을 맺은 언론사 다수는 이 사진 출처를 ‘연합뉴스 제공’ 등으로 밝히고 자사 보도에 게재했다. 저작권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진을 배포한 것으로 연합뉴스는 박 전 기자 항의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자체 데이터베이스(DB)에서 이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 연합뉴스가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며 일부 기사에 실은 ‘노태우 사진’을 두고 저작권 논란이 일었다. 이 사진은 박상문 전 서울신문 사진기자가 찍은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 연합뉴스가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며 일부 기사에 실은 ‘노태우 사진’을 두고 저작권 논란이 일었다. 이 사진은 박상문 전 서울신문 사진기자가 찍은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박 전 기자는 10일 통화에서 “사진 기자들은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매년 보도사진전을 열고 책을 발행한다. 연감에는 심사를 거친 다양한 분야의 사진들이 실린다”며 “연합뉴스는 연감에 실린 내 사진을 복제한 뒤 콘텐츠로 만들어 각 사에 배포했다. 비윤리적 행위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기자는 “내 입장에서 보면, 연합뉴스 배포로 많은 분들이 내가 찍은 사진을 ‘연합뉴스가 찍은 사진’으로 인식하실 것이다. 100% 연합뉴스가 잘못했다”면서도 “이번 일을 법적으로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자료를 복제하고 배포하면서 여러 매체에 사진이 실렸고, 결과적으로 연합뉴스가 이득을 취한 것이다. 이런 일은 잘못된 것이고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전 기자는 “1987년 6·29 선언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었다”며 “당시 민정당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취재하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6·29 선언이 발표됐다. 참으로 갑작스런 발표였다. 이번 일로 그때 현장 상황이 생각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박 전 기자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이진욱 연합뉴스 사진부장은 10일 통화에서 “박상문 선배에게 사과를 드리고 후속 조치로 우리 DB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며 “전혀 고의가 아니었다. 서거하기 전부터 10년 넘게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을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 사진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과거에는 저작권 개념과 인식이 부족했다. 오늘날에는 저작권이 엄격하다. 저작권 없는 사진이 확인되면 이번처럼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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