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중간중간 즉석 질문을 받는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후보 대선캠프 수행실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당 대선후보로서 정리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후보의 직접 질의응답은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강훈식 민주당 선거대책위 정무조정실장도 이 후보 현장 일정에서 기자들을 막아선 채 “앞으로 (백브리핑은) 절대 없다”며 “할 때는 미리 말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걸으면서 말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백브리핑 거부는 거듭되는 말 실수를 막고 안정적 메시지 관리를 위한 조처이지만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는 “언론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불통 정치인’을 자처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컷뉴스

A 통신사 기자는 “기자들의 질문은 유권자들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자들 질문을 피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라며 “사이다 이미지로 떴기 때문에 외려 질문받지 않겠다는 모습이 고구마로 비치는 것 같다.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실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B 온라인 매체 기자는 “국민과의 소통은 정치인의 기본 덕목이다. 그런데도 소통의 기초적 창구인 언론과 최소한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불통 정치인을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장동 게이트 등 자신의 치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이 껄끄러워 이 같은 선택을 한 모양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언론 앞에서 아니면 아니라고 당당하게 답하는 것이 낫다. 숨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C 온라인 매체 기자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더니 벌써 국민 대신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차단하는 모양새”라며 “이 후보가 기자들과 거리를 둘수록 대장동, 조폭 관계 의혹,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 의혹 등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D 경제지 기자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이 논란이 생길 때마다 회피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이 돼서도 기자를 포함해 일반 국민과 소통하지 않을 것 같아 우려된다”며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직설 화법으로 직접 대응해왔는데,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 건 아닌지 의문이다. 아내와의 불화설, 대장동 의혹 등 논란거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인데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속 시원하게 답을 내놓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E 경제지 기자는 “답변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질문하는 걸 막는 게 문제”라며 “기자가 현장에 가는 이유는 후보 행보를 살펴보고 분위기를 느끼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후보와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질문과 답변을 하기 위함 아니겠는가”라며 “무엇보다 어떤 이유로 갑자기 그날, 백브리핑을 거부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아 다들 불만을 품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F 방송사 기자는 “당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백브리핑을 거부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변인이 ‘내가 대변인이니 자신한테 물어보라’는 것도 어폐가 있는 것이 그럼 기존 정치인들은 왜 본인이 굳이 백브리핑에 나섰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선택적 백브리핑’인가. 지난 지방선거 때 언론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이 후보 모습이 오버랩 돼서 우려가 더 커지는 느낌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G 온라인 매체 기자는 “기자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질문이다. 바쁜 국민을 대신해 당사자에게 묻고 정보를 생산한다. 그런데 질문을 막았다”며 “기자들이 당과 후보 측에서 백브리핑하라면 하고, 말라고 하면 말아야 하나. 그럼 워딩을 풀어주는 속기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선 ‘원래 대선 후보는 백브리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 소통을 강조해온 후보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대위 출범 후 과도기 단계라 백브리핑 여부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조율을 못한 것으로 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F 온라인매체 기자는 “정제된 메시지만 내고 민감한 현안 질문은 준비된 상태에서 별도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몸을 사려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재명 캠프 공보단에서는 국회 출입 기자들의 볼멘소리를 수렴한 뒤 후보 비서실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은 사전 공지하고 진행하겠다는 것이지 백브리핑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훈식 실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백브리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지하고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방역 문제도 있고, 어떤 기자는 취재를 못하게 되는 불공정성 문제도 있지 않은가”라며 “공정한 취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 모일 수 있게 하고 백브리핑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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