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가 지난해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총장 인터뷰 등을 명목으로 총 7200만원의 홍보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사립대 광고비 집행 내역’을 보면 숭실대는 지난해 11월10일 “대학 홍보 신문 및 잡지 광고, 총장 인터뷰 및 광고” 명목으로 중앙일보에 3000만원, 조선일보에 2200만원, 동아일보에 200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또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숭실대는 같은날 교계신문인 한국장로신문에 같은 명목으로 500만원, 한국기독공보에 22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같은해 12월31일 숭실대는 같은 명목으로 월간순국에 330만원을 집행했다. 

▲ 지난해 9월29일자 중앙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9월29일자 중앙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10월7일자 조선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10월7일자 조선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10월6일자 동아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10월6일자 동아일보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기사

 

중앙일보는 지난해 9월29일 16면(인물)에 “전교생에 AI수업…융복합 인재 양성해 창업까지 지원”이란 제목의 황준성 당시 숭실대 총장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7일 23면(인물)에 “A학점 목매던 시대는 끝…이젠 AI 괴짜가 주인공”이란 제목의 황 총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0월6일 20면에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내년 전 학과에 AI 융합과목 개설”이란 제목의 황 총장 인터뷰 기사를 “국내외 AI전문가 강연 실시간으로 들으세요”란 제목의 ‘AI 비전 선포식’ 기사와 함께 실었다. 

숭실대는 지난해 10월7일 개교 12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황 총장은 모든 인터뷰에서 AI 교육을 강조했다. 한국장로신문은 지난해 10월3일 황 총장을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는데 신촌성결교회 장로란 직함도 함께 표기했다. 

▲ 숭실대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한국장로신문 황준성 총장(신촌성결교회 장로) 인터뷰 기사
▲ 숭실대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한국장로신문 황준성 총장(신촌성결교회 장로) 인터뷰 기사

 

 
한국기독공보는 지난해 9월24일 “기독교대학,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란 기사에서 ‘AI 비전 선포식’ 소식과 황 총장 인터뷰를 전했는데 역시 AI 교육을 강조했다. 어떠한 언론사도 인터뷰 기사에 취재비 등을 지원받아 작성했다고 공지하지 않았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부산대가 지난해 총장 인터뷰를 명목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약 2000만원 가량의 광고비를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중앙일간지의 경우 기사를 대가로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요구한다고 했는데 숭실대의 경우에도 단가가 비슷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광고도 함께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총장 인터뷰 명목으로 대학의 홍보비를 쓰는 것이면서 광고주가 광고면뿐 아니라 기사지면까지 구매하는 행위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부산대 총장 인터뷰’는 2420만원짜리]

황 총장은 2017년 2월 취임해 4년 임기를 마쳤고, 지난 2월 신임 장범식 총장이 취임했다. 황 전 총장은 지난 6월 출범한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싱크탱크인 ‘원코리아혁신포럼’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숭실대 홍보팀 측에 ‘총장 개인 업적을 위해 대학재정인 홍보비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와 ‘홍보비로 광고면이 아니라 기사지면까지 구매한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이틀이 지난 10일 오후 숭실대 홍보팀장에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관계자는 질문에 대해 자신들이 기재한 부분(총장 인터뷰 및 광고)은 사실이지만 인터뷰 기사를 돈 주고 구매한 건 아니라는 모순된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미디어오늘 질의를 받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거나 “할일도 많은데 어떻게 (언론에) 일일이 대처하겠느냐”, “(숭실대가) 대책회의를 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 등의 엉뚱한 대답을 늘어놨다. 

이어 숭실대 홍보팀장은 해당 자료의 출처를 캐물었고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강득구 의원실 통해서 받은 자료’라고 밝혔더니 “그런 자료를 막 나가는 게 맞나 싶다”라며 “자료조사를 하길래 (숭실대는) 있는 그대로 제출했는데 그걸 가공했는지 원상태 그대로 배포했는지 모르겠다”며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해당 자료에 ‘총장 인터뷰 및 광고’ 명목으로 광고비가 집행된 것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묻자 “그렇게(인터뷰를 대가로 돈이 나갔다고) 전제하고 접근하면 나빠 보인다”라며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이어 “기사를 돈 주고 샀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광고비 집행 내역) 자료에는 한 줄이 나갔을 텐데 우리가 간략하게 요약해서 작성하다 보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사립대 광고비 집행 내역' 중 숭실대 부분 일부. 숭실대 측은 오해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자료는 복잡하지 않으며 명확하게 '총장 인터뷰'라고 적혀있다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사립대 광고비 집행 내역' 중 숭실대 부분 일부. 숭실대 측은 오해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자료는 복잡하지 않으며 명확하게 '총장 인터뷰'라고 적혀있다

 

‘저널리즘 윤리상 광고비로는 광고를 집행해야지 기사면을 돈 주고 사는 건 부적절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기사를 돈 주고 한 적 없다”며 “다른 얘기지만 어떤 신문사에서 ‘탈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며 참석을 요청·요구하며 협찬비를 달라고 했는데 다 거절했다”며 언론계 저널리즘 윤리 문제를 지적했다. 

‘총장 개인을 위한 인터뷰가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총장은 사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공적인 선거로 뽑혀 4년간 수행하는 업무이기에 (인터뷰는) 비전, 경영방향을 논하는 자리”라고 답했다. 

‘보통 총장 인터뷰는 대학이 언론사에 요청하는지, 언론사가 대학 측에 제안하는지’ 물었다. 홍보팀장은 “반반”이라고 답했다. 이어 “언론사에서 제안하기도 하고 총장님도 임기 초엔 비전을 말하고 싶어 한다”며 “임기 말에는 마무리하면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걸 언론사에서 캐치해 요청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숭실대 홍보팀장은 국회나 교육부가 자료제출을 요청할 때 기재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내용의 발언도 남겼다. ‘기사 게재료’를 집행해도 향후엔 ‘광고’만 집행한 것처럼 기재해야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미디어오늘이) 의원실에서 자료 받았다고 하는데 (앞으로) 신중히 기재해야 할 것 같다”며 “괜히 오해 살 수 있는 말을 남겨놨다가 ‘왜 이렇게 썼냐’고 하면 우리도 난감하고, 그런 걸 신중히 기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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