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본선 주자로 선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홍 의원은 자신의 역할은 ‘경선 흥행’까지였다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7일 오전 페이스북에 “저보다 더 빛났던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와 미소”란 글을 올려 “홍준표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며 “저의 수락 연설보다 훨씬 빛났다. 멋진 위트까지 곁들인 낙선 인사와 국민과 당원들에게 보여준 맏형다운 그 미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선에서 나타난 네거티브 공세 태도를 180도 바꾸고 원팀을 강조한 것이다. 

윤 후보는 “세 분의 정치 선배님들이 보여준 애국심과 경륜, 그리고 지혜. 열심히 배우겠다”며 “정권교체와 국민을 위한 좋은 국정의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감동적인 승복과 단결을 이뤘을 땐 승리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땐 패배했다”며 “우리 당은 승리를 향한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전통을 축적했다. 정권교체로 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후보선출 다음날인 지난 6일 청년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윤석열 캠프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후보선출 다음날인 지난 6일 청년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윤석열 캠프

윤 후보가 ‘태세 전환’을 시도하는 까닭은 당 대선후보 선출 후 2040 지지층 탈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홍 의원을 붙잡아야 원팀 구성과 젊은층 확장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경선 당시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398후보라며 젊은층의 낮은 지지율을 꼬집은 바 있다.

‘398후보 윤석열’은 윤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20대 3%, 30대 9%, 40대 8%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홍 의원이 지은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홍 의원이 당 밖 지지율이 높은 것을 두고 “꿔준표”라고 부른 바 있다. 민주당이 홍 의원에게 표를 꿔 줬다는 뜻이다. 윤석열 캠프가 홍준표 캠프 대변인을 고소하는 등 두 캠프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를 수습해 원팀을 구성하는 것이 윤 후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나는 우리당 경선을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안갯속 경선으로 흥행 성공을 하게 함으로써 그 역할은 종료됐다고 본다”며 “이번 대선에서 내 역할은 전당대회장에서 이미 밝힌 대로 거기까지”라고 썼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전당대회에서 ‘경선 흥행’으로 자기 역할이 끝났다고 선을 그었는데 이를 재차 반복한 것이다. 

이날 TV조선 등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의 매머드급 캠프와 비교해 작으면서 실용적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6일 월간조선은 “김종인 영입보다 홍준표 예우가 우선”이란 기사에서 “당내에서는 김종인 영입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을 껴안는 게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20~30 남성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은 홍 의원을 예우해 ‘원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 약점인 젊은층을 언급하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이번에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2040들의 놀이터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들어 그분들과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가고자 한다”며 “그동안 수천통의 카톡과 메세지를 보내주신 여러분들을 곧 개설될 청년의꿈 플랫폼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 지난 5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 지난 5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홍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냈다.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꿈이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은 한여름밤의 꿈이 돼 버렸다”며 “한동안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겠다”고 했다. 역시 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에 거리를 두는 내용이다. 경선 결과 발표 직전인 5일 오전에도 “반대의 결과(후보가 되지 않으면)도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경선 흥행 성공의 역할에 만족하고 당을 위한 제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썼다. 

여권은 곧바로 윤 후보 약점을 비판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힘당은 투팀이 돼 가고 있다”는 글에서 윤 후보가 후보 선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먼저 만난 것을 언론이 ‘선대위 구성 협의’라고 분석하는데 이는 “이 대표를 통해 2030을 붙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 변호사는 “윤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는데 이 대표를 만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때 홍 후보는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 2030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한마디로 딴 살림을 차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중앙선거관리대책위원회 박성준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 선출에 민심은 없었습니다”라는 논평을 내고 “국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48.21%)보다 10.27%P 뒤진 37.94%를 득표했으나 당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 103명 의원 대부분을 ‘줄 세우기’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아닌 ‘동네 저수지’에서 뽑힌 선수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구태의 힘’, ‘도로 한국당’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2030 세대들의 국민의힘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집안 잔치에서 뽑히고, 손바닥에 ‘王자’를 그리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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