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 바빴던 독일 미디어의 시선이 급격히 달라졌다.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징어게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사가 나온다. 학교는 물론 유치원에서까지 ‘오징어게임’을 모방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학교와 미디어 교육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디어 소비자인 청소년들에 대한 미디어 교육뿐 아니라 어린이의 세계를 침범하는 미디어 제작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독일 방송허가 및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독일 주미디어청이었다. 지난달 19일 잘란트 주미디어청은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특히 청소년들의 발달에 지장을 주거나 위험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학교에서 시리즈가 이미 유행이 되었을 때 단순히 금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녀들이 시리즈를 보는 것을 부모들이 막아야 한다. 어려울 경우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리즈를 보고 인상과 감정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미디어청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독일 각 지역 학교에서 ‘오징어게임’을 모방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아우크스부르크의 한 학교에서는 ‘오징어게임’을 따라 하면서 게임에 진 학생이 뺨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승패가 갈리면 다시 새 게임을 시작했다. 이제는 게임에 진 아이들을 때리거나, 침을 뱉거나, 욕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녀들의 시리즈 시청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튀링엔주 교육부도 경고문을 내놨다. 교육부는 “(오징어게임은) 16세 이하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소재”라면서 “어른들은 겉보기에는 해로울 것 없는 아이들의 게임에 참여한다. 패배자는 죽임을 당한다. 명시적으로 묘사된 폭력은 (시청하는) 아이들을 위협하고, 그들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바이에른주 교사협회도 “학생들은 그동안 다른 시리즈나 컴퓨터 게임을 따라 했지만 ‘오징어게임’은 완전 새로운 차원의 문제”라고 우려했다. 바이에른주 문화담당관은 “순수한 어린이 게임이 거대한 폭력 행위에서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오징어게임’을 따라하는 일이 발생하자 교육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미 소비되고 있는 콘텐츠를 금지하는 건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부모가 함께 시청하면서 자녀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교 수업시간에 이 주제를 터 놓고 윤리나 철학 토론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안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직접 논쟁해야만 청소년들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부정적 여파는 독일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 경찰들도 ‘오징어게임’의 여파를 주시한다. 바이에른 공영방송에 따르면 바이에른 주범죄수사청은 ‘오징어게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예방책을 준비 중이다. 니더작센주 사민당 교육담당관은 “해로운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배워야 한다”며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일각에서는 다른 폭력적이고 잔혹한 콘텐츠도 많은데 ‘오징어게임’에만 우려를 표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오징어게임’의 모티브가 ‘어린이들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어린이 게임, 알록달록한 색과 이미지, 시선을 잡아끄는 소품들. ‘오징어게임’의 성공 요인으로 꼽혔던 연출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진짜 어린이들의 시선까지 끌어모은다. 그 세계는 아동들의 전유물이었다. 성인 제작자가 아이들의 세계관을 침범한 셈이다. ‘오징어게임’을 본 아이들에게 그 게임은 더이상 순수한 형태의 게임이 아니다. 아이들의 콘텐츠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