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게 하는 계정.”

‘6DP’ 구독자들 반응이다. 6DP는 매일 신문 지면을 읽고, 줄을 그은 이미지와 함께 짧은 의견 등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6개월 만에 1만2000여명의 팔로워를 모은 인기 인스타그래머다. 신문 지면이 외면 받는 시대. 여전히 매일 아침 신문을 받아 들고, 읽고, 줄 긋는 행위를 하며 영감을 얻는 사람이 있고 또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확인해준 계정이다.

6일신문(6DP·6days paper)이라는 계정 이름으로 활동하는 6DP는 주6일 매일 8개 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구독한다. 올 5월10일 계정을 개설해 23주만에 1만 팔로워를 달성하고 3일 기준 1만2104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게시물 하나에 수백개의 ‘좋아요’가 붙기도 하고 수백개의 ‘저장’(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함에 저장하는 기능)이 따라온다.

▲6DP의 인스타그램 피드 모습. 인스타그램 @6days.paper. 
▲6DP의 인스타그램 피드 모습. 인스타그램 @6days.paper. 

그가 공유하는 신문 기사들은 국방부가 고 변희수 하사의 전역 취소 판결에 항소를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내용부터 MZ세대는 왜 섹스리스인가를 고찰하는 기사, 코로나가 끝나면 재택근무도 끝날 것인가에 대한 취재 기사, 귀여운 새를 찍은 포토뉴스 등 다양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6DP 팔로워 중 ‘18~24세’ 비율이 37%, ‘25~34세’ 비율이 47%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34세 미만 독자인 셈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문 지면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스스로도 20대 초반 종이신문 매력에 빠졌다는 6DP 운영자는 현재 BTN라디오에서 5년차 라디오PD로 일하고 있는 진예정 PD다. 미디어오늘은 진예정 PD와 인스타그램 메시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왜 신문 지면으로 인사이트를 나누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인스타그램 @6days.paper. 
▲인스타그램 @6days.paper. 

- 해당 계정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직장인에겐 3, 6, 9 법칙이 있다고 한다. 3년, 6년, 9년 단위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는 법칙이다. 직장인 슬럼프가 찾아왔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게 뭐더라?’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득 매일 종이신문을 훑으며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개인 SNS 계정에서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놀기 위한 목적으로 공유하다가 반응이 좋아 단독 계정으로 개설하게 됐다.”

- 신문 매력에 빠진 계기는 무엇인가?

“종이신문 매력에 빠진 건 20대 초반이었다. 학부생 때 해외 탐방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소재 탐색을 위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종이신문을 ‘영감을 주는 매체’로 받아들였다. 이전까지는 나도 ‘종이신문은 엄마가 읽는 것’이었다. 한 그룹사에서 1년에 한 번 모집하는 해외탐방 공모전을 4번이나 도전했는데, 그 과정에서 ‘종이 신문’과 친해졌다. 아이디어 물색을 핑계로 매일 신문을 뒤적거린 까닭이다.”

“필터버블 탈출시키는 신문 지면 읽기”

- 많은 이가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는다. 신문 지면을 보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답해보겠다. 첫째는 ‘물리적 실체가 부여된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다. 영상, 오디오, 텍스트 할 것없이 물리적 실체가 없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스크롤을 슥슥 내리면서 기사를 읽고 있으면, 내가 정보를 씹어 삼켰는지 그저 흘려보냈는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종이신문은 물리적 실체가 있고 특유의 감성도 독특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의 질감, 살랑거리는 소리, 갓 찍어낸 듯한 기름 냄새 같은 것들. 밑줄을 그어가면서 기사를 읽고 있으면, 꼭 디저트를 먹을 때처럼 ‘콘텐츠를 씹어 넘기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 돼서 좋다.

두 번째는 ‘필터버블’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6DP 구독자를 육디퍼라고 부르고 있는데 한 육디퍼가 ‘정말 오랜만에 신문을 사봤다. 내가 읽고 싶은 것만 골라 읽는 게 아니라 배치된 의도대로 읽는 방식이 오히려 좋았다. 신문 읽게 하는 계정 6디피’라고 반응을 주셨다.

디지털을 매개로 뉴스를 읽게 되면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기사 위주로 보게 된다. 관심사 중심적인, 혹은 자극적 내용의 기사를 주로 접하게 된다. 이와 달리 지면은 개인의 취향과 상관 없이 다양한 섹션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필터버블 탈출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자극적인 소식 위주로 접할 때 발현되는 특유의 염세주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인스타그램 @6days.paper. 
▲인스타그램 @6days.paper. 

- 게시물 중 뜨거운 반응은 어떤 게시물이었는지? 왜 인기가 많았다고 생각하는지?

“가장 최근에 인기를 끈 게시물의 문장을 공유해보겠다.

‘인생은 쓰지. 기억하지. 말하지 않으면 장맛비에 젖어 떡이 된 책처럼 된다.’ (8월23일 한겨레, ‘아버지의 글쓰기’ 칼럼)
‘몸이 부실하면 실행력이 떨어진다. 실력은 실행력의 줄임말이다.’ (10월21일 동아일보 ‘정신력 앞서는 게 체력, 근테크는 절대 실패 안해’ 칼럼)

기사를 공유할 때 꼭 코멘트를 달아 공유한다. 가장 마음을 찔렀던 문장을 강조할 때도 있고, 짧은 소회를 버무려서 적는 경우도 있다. 기사를 매개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계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등 기사를 ‘함께’ 읽는다는 정서가 강하다. 이런 특징 탓인지, 친구들과 수다떨 때처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시물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

▲인스타그램 @6days.paper. 
▲인스타그램 @6days.paper. 

- 받았던 피드백 중 기억이 남는 것이 있다면?

“기사를 함께 읽고 남겨주시는 모든 반응이 감사하지만, 역시 가장 기분 좋은 건 ‘6디피 덕에 종이신문에 관심이 생겨 신문 구독을 시작했다’는 반응이다. 지면에 실리는 기사는 모두 디지털로도 읽을 수 있는데도 신문 구독을 신청했다는 건 ‘너와 함께 종이신문 읽는 문화를 즐겨보려고 해’라는 표현으로 느껴진다.

대구 소재의 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 육디퍼(팔로워)께서 ‘6디피를 읽기 관련 수업 자료로 활용해 봤다’며, 스토리에 태그를 걸어 현장 사진을 공유해주셨던 적 있다. 계정을 개설하고 겨우 한 달쯤 지난 시점(6월 중순)인 지라 ‘지금은 일개 인스타그램 계정일 뿐이지만 책임감 있게 꾸려가다 보면 읽기 문화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꿨다. 책임감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반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이 길어지면 결과가 후지다’라는 말을 믿는 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민 중인 친구가 있다면 일단 부딪혀보라‘고 한다. 다만 그게 무엇이든, 일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생각이 길어지면 결과가 후지니 실행력을 위한 근력을 갖추자는 말을 하고 싶다. 모두들 ‘득근’하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