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홍가혜씨가 1일 유튜버이자 전직 기자인 김용호씨를 모해위증 및 명예훼손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수년전 이미 홍씨는 김씨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고, 경찰은 그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에는 2014년 8월 법정에서의 거짓 증언과, 자신을 향한 또 다른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악연의 시작은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충격이 컸던 2014년 4월18일이다. 홍씨는 이날 MBN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잠수부들에 대한 인력·장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해양경찰청장 등의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101일간 목포교도소 독방에 수감됐다. 이후 긴 소송 끝에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
2014년 당시 스포츠월드 기자였던 김용호씨는 홍씨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저는 홍가혜 수사했던 형사에게 직접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인터넷에 알려진 것 이상입니다. 허언증 정도가 아니죠.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여자입니다”라며 각종 허위사실을 적시해 홍씨를 언론보도 피해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김용호씨 주장의 대부분은 사실과 달랐고, 그 결과 홍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김씨의 명예훼손을 인정, 2018년 6월21일 세계일보와 스포츠월드에 각 500만원, 김용호씨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김씨의 주장 등을 근거로 홍씨에 관한 27건의 기사를 썼던 조선닷컴은 6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적시한 혐의는 모해위증이다. 고소장에 의하면 김씨는 2014년 8월 홍씨의 명예훼손 형사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홍씨의 과거) 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홍가혜)을 수사한 경찰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경찰도 경찰 생활을 수십 년 동안 하면서 경찰 앞에서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고 이야기해서’라고 허위 진술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전, 사기 사건으로 홍씨가 김씨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피고소인(김용호)과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고 이와 비슷한 언급조차 없었음에도 마치 홍가혜가 피고소인에게 거짓말한 것을 밝히고 울면서 선처를 구한 것처럼 (김용호가)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씨가 2014년 4월18일경 홍가혜씨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리기 전, 홍씨가 앞선 통화에서 김씨에게 사기 혐의 조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그해 8월 법정에서는 ‘몰랐다’고 답했다며 이 역시 허위진술에 해당한다는 게 홍씨 주장이다. 그렇다면 홍씨는 왜 2014년 8월의 ‘허위진술’을 이제야 고소하는 걸까.
홍가혜씨의 법적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1일 통화에서 “고소 논의가 전부터 있었는데, 일단은 대법원 사건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다음 민사소송을 비롯해 다른 언론사 상대 소송들을 진행하느라 바빴고, (홍씨가) 이제는 잊고 살자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김씨의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를 추가적으로 알게 돼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홍가혜씨는 이날 고소장에서 “김용호씨는 2018년 3월20일 경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지인들에게 ‘홍가혜가 세월호 유가족 유부남 2명과 동시에 사귄 것이 밝혀져서 문제가 있다’면서 홍가혜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알게 된 ‘악의적 허위사실’이다.
홍씨측은 “피고소인(김용호)은 고소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자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을 막고자 고소인에 대한 새로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자 마음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가혜 형사재판 또는 홍가혜가 세계일보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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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석 변호사는 “(2018년 당시) 김용호가 실제로 (추가적 허위사실 유포를)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문제가 될 것 같아 스스로 접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가혜씨는 자신이 김용호씨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아 사회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을 전했다.
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고소 사실을 알리며 “그 악랄한 죄에 경검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제가 받은 피해 사실들을 나열하고, 지금 지체되어있는 그(김용호)로부터 피해받은 타 피해 사건들도, 세간에 잊히길 기대하며 흐지부지 흘러가길 바라지도 말 것을, 하루속히 고통의 세월로부터 구조해내기를, 촉구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