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자신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폭로성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캠프로부터 공천을 빌미로 지지를 호소하는, 일종의 협박 전화가 오고 있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렸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이지만 같은 당 홍준표 후보 캠프가 의혹 제기 논평을 내면서 지난 주말 포털사이트 정치 섹션은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윤 후보 측은 법적 대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노컷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노컷뉴스

뉴스1·머니투데이에서 사라진 기사

이 과정에 몇몇 기사는 삭제돼 의문을 키웠다. 스누라이프에 올라왔던 게시글을 받아쓴 기사도, 기사가 삭제된 경위를 설명하는 기사도 삭제되는 일이 벌어진 것.

머니투데이그룹 계열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은 30일 오전 11시40분 “‘尹 캠프 중진 의원, 매일 공천 협박 전화’…野 당협위원장 가족 폭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뉴스1은 게시글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뉴스1은 “윤 후보 캠프에서 아버지한테 매일 독촉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한다”며 “정확히는 캠프가 아니라 주OO, 권OO 등 중진 국회의원”이라는 글쓴이 주장을 실었다.

이어 “전화해서는 공천 등을 빌미로 협박한다”며 “예를 들어 너희 지역에서 윤 후보 득표율이 많이 나와야 공천해 줄 수 있다, 안 그러면 국물도 없다는 식”이라고 적힌 게시글 내용을 보도했다.

▲ 서울대 스누라이프 게시글을 인용 보도했던 기사와 삭제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사가 현재 삭제돼 있다. 사진=네이버 뉴스, 머니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대 스누라이프 게시글을 인용 보도했던 기사와 삭제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사가 현재 삭제돼 있다. 사진=네이버 뉴스, 머니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해당 기사는 곧바로 삭제됐다. 통신사 전재 계약을 맺은 타 언론사 자체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까지 기사가 남아 있었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전재 계약을 맺은 뒤 게시되는 기사는 통상 포털사이트에는 노출되지 않아 수정이 늦게 이뤄지기도 한다.

삭제된 기사는 이뿐 아니다. 머니투데이는 같은 날 “‘기사 삭제하라’… 언론사에 법적 대응 예고 윤석열 캠프, 왜?”라는 기사를 보도했으나 이 기사 역시 삭제됐다.

뉴스1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기 거부한 가운데, 송기용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직 데스크가 기사 출고 후 스누라이프 원 글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고 진위 파악이 어려워졌으니 삭제하겠다는 보고를 해왔다”고 삭제 경위를 설명했다.

윤석열 측 권성동, 경찰에 고소장 제출

윤 후보 캠프 항의 속 기사가 삭제되는 동안 정작 해당 이슈는 지난 주말 내내 가장 뜨거웠다. 당내 경쟁자인 홍 후보 캠프에서 비판 논평을 냈기 때문이다. 공식 논평이 나오자 기사를 쓰지 않던 다른 언론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54개 주요 언론사는 지난 주말 공천 협박 의혹 논란에 관해 총 58건 보도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윤 후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오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권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윤 후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오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권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여명 홍 후보 캠프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주호영·권성동 국회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한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지목된 중진 의원들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선 막바지가 임박하니 전혀 사실이 아닌 글이 유포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됐던 당일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당원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을 만나 “확인해보니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저희 캠프에 공천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 만한 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명이 언급된 권 의원은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악용해 허위사실로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근절돼야 한다”고 전했다. 피고소인은 스누라이프 익명 게시자와 관련 첫 보도를 한 뉴스1 기자, 그리고 여 대변인이다.

윤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첫 기사가 뉴스1이라는 통신사에서 나오지 않았는가”라며 “통신사 기사가 갖는 의미도 있고 해서 뉴스1 기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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