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문재인 조롱’이 한창이다. 대통령의 “자화자찬”이란 말이 신문과 방송에 넘실댄다. 중앙 신방복합체는 “文의 마지막 시정연설…1만1300자중 자화자찬이 7800자” 아래 “40분에 달한 연설에서 나온 자성이나 반성이 담긴 내용은 한 단락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조선일보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논설고문 강천석까지 “노태우 재평가와 문재인 송덕비” 제목의 칼럼에서 현재의 정치 상황을 “말기 암 증세”라며 “나라 전체에 전이돼 간단한 수술로는 도려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부르댔다. 5‧18학살 주모자는 대통령으로서 큰 치적을 남겼지만, 민중의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대통령은 나라를 “말기 암”에 이르게 했단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것’에 대해 질문한 결과, ‘없다’가 37.4%로 1위를 차지했다는 쿠키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신방복합체들을 비롯해 언론 여기저기서 줄이어 부각됐다.

직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언론의 평가가 사뭇 다른 셈이다. 조중동 특히 조선 신방복합체가 정부 출범부터 살천스레 비판‧비난해온 사실을 톺아보면 ‘언론의 조롱’이 새삼스러울 수 있다. 언론이 대통령 치적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10월30일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노태우 재평가’와 ‘문재인 頌德碑’”
▲ 10월30일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노태우 재평가’와 ‘문재인 頌德碑’”

진실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가 짚어 마땅한 대목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것’을 묻는 설문에 “소득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해소 및 복지” 응답은 4.2%로 낮았다. 중앙의 시정연설 기사는 대통령이 “경제(32회), 지원(27회), 고용‧일자리(18회), 성장(8회)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분배(0회), 평등(1회) 등 정부 초기 관심사와 관련된 말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어떤가. 때맞춰 비정규직 노동인이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는 통계청 보고서가 나왔다. 비정규직 비중도 38.4%로 역대 최고치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노동인들을 감안하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대졸 새내기노동인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이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더 커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간명하다. 대통령이 문파들의 결집력 높은 열정을 정책으로 강력히 모아내지 못한 결과다. 조중동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집요하게 비난하자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절실함을 호소할 섟에 몇몇 참모들에 둘러싸여 슬금슬금 접었다. 신방복합체들이 ‘노동존중 사회’ 공약을 물고 늘어지자 우물쭈물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을 미룰 만큼 미루다가 석방하더니 기어이 현 위원장 양경수를 구속했다.

촛불혁명의 물결을 타고 지지도가 올라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문파와 민주당에만 의존한 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건강한 비판을 제기한 진보세력을 “좌적폐”로 여긴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촛불혁명 5주년을 맞아 다시 촛불을 들었다. “상식과 정의를 외쳤던 대통령은 불법파견 범죄자 재벌총수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맥주 만찬을 벌이고, 국정농단, 재벌적폐 총수인 이재용을 풀어줬다.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문재인 정부 내내 비정규직은 일하다 죽거나 잘리거나 거짓 약속에 속았다”는 절규는 ‘선동’도 ‘가짜 뉴스’도 아니다.

▲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미숙 씨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10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정부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LED 촛불 등을 들어보이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미숙 씨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10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정부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LED 촛불 등을 들어보이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어떤가. 민주노총을 노상 ‘귀족노조’로 몰아친 조중동 신방복합체는 정작 비정규직노동인들이 든 촛불에 모르쇠를 놓거나 단신으로만 보도했다. 과연 그들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외면한 이기주의 노조라고 몰아세울 조금의 자격이라도 있을까. 민중을 이간질하는 기만 아닌가. 민주노총을 마녀로 여기는 사람들과 꼭 나누고 싶은 물음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비정규직인들이 애면글면 든 촛불은 두 공영방송에서도 찾기 어렵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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