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에는 여러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이 빈소를 찾아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반면 ‘국가장’ 결정에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조문 행렬이 이어지며 ‘공’과 ‘과’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28일 아침신문은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을 전하며 논조에 따라 다른 초점을 보였다.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국가장’ 반발

정부가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전 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에는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겨레는 1면 “노태우 ‘국가장’이 덧낸 상처” 기사를 통해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씨와 그 가족이 추징금 납부와 광주학살 관련 사과조차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씨와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지만, 헌정을 유린한 이에게 국가장은 가당치 않은 예우라는 주장”이라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도입부에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는 5·18 단체들의 성명을 전했다. 

28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28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역시 1면에 “정부, 노태우 ‘국가장’ 치르기를... 5·18 단체들 ‘유감’” 기사를 내고 “여당의 광주지역 의원들과 5·18 관련 단체들은 국가장 결정에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날 지역 신문 전남일보 역시 “노태우 국가장 결정...  5·18 단체 ‘깊은 유감’” 기사를 내고 “5·18단체와 광주전남 시민단체 등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해’ ‘화합’ 1면 부각한 조선·중앙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면에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의 전 대통령 노태우씨 장례식장 조문 현장을 전하며 ‘화해’ 메시지를 부각했다.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 제목은 “빈소 찾은 5·18 시민군 ‘이제 화해하기를’”이다. 조선일보는 “고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아들을 통해 수차례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는 하나된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했으면 한다”는 박남선씨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부각했다. 

28일 조선, 중앙일보 1면
28일 조선,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에 “노태우 사죄 유언, 화해 통합의 빈소 열었다”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는 박남선씨 발언을 전하며 “박씨의 바람처럼 적어도 이날 빈소 풍경은 사과와 용서, 화해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 이 사진을 보도했으나 조선·중앙일보는 별도의 관련 기사를 통해 ‘화해’라는 메시지를 부각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 30일까지 국가장으로” 기사를 통해 ‘국가장’으로 결정한 사실을 전했다. 이는 ‘반발’을 전면에 부각한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기사와는 제목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28일 일간지 1면 기사 모음
28일 일간지 1면 기사 모음

경향 “아물지 않은 상처” 동아 “이정표 세워” 
조문행렬 메시지 전달 보도에도 온도 차

이날 주요 신문 보도는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에 대해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노, 과오 있었지만 현대사 이정표 세웠다’ 각계 조문 행렬” 기사를 통해 ‘공과’ 가운데 ‘공’을 제목에 부각하며 조문 행렬을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청 비서실장 조문... 박병석 국회의장 ‘아물지 않은 상처 남겨’” 기사를 내고 ‘과’에 방점을 찍었다. 

조선일보는 조문 행렬을 전하며 “여야 재계 인사들 조문 잇따라... 문 대통령도 조의 표해” 기사를 내며 ‘대통령의 조의’를 부각했다. 반면 한겨레는 “전두환과 달리 ‘반성 행보’ 고려...문 대통령, 조문은 않기로” 기사를 냈다. ‘조문을 하지 않은 사실’을 부각한 기사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문행렬 보도 갈무리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문행렬 보도 갈무리

국가장 반발을 전면에 부각한 한겨레, 경향신문과 달리 국가장 결정을 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과오가 있지만 성과도 있다’는 대통령 메시지를 부각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닷새간 국가장으로... 문 대통령 ‘과오 적지 않지만 성과도’” 기사를 냈다. 

손준성 영장 기각에 조선·중앙 공수처 ‘비판’ 
동아 “공수처 헛발질 했지만 의혹 흐지부지 안 돼”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1호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날 언론은 공수처의 수사를 지적하면서도 비판 강도와 초점에는 차이가 있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는 야당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엮어 넣는 것이 고발 사주 수사의 최종 목표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처음엔 ‘황제 조사’로, 이번엔 영장 기각으로... 함량미달 공수처” 기사를 내고 공수처가 편향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영장 헛발질 공수처, 정치 중립 의심 받는다” 기사를 통해 영장 청구를 “무리수”라고 지적하며 공수처의 문제를 비판했다.

28일 조선일보 기사
28일 조선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조선·중앙과 차이를 보였다. 동아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 수사 역량이 이정도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수처의 잇단 헛발질로 수사 동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의혹의 실체가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며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가 제대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지적하면서도 고발사주 의혹에는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영장 기각은 공수처가 사실상 자초했다”면서도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는) 법률가이자 공직자답게 당당히 공수처 조사에 응해야 마땅하다”라고 해 동아일보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28일 온도 차를 보인 조선, 동아 사설.
28일 온도 차를 보인 조선, 동아 사설.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 문제에는 거의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공수처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손 검사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손 검사가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손 검사’가 수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