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사장 공약이자 ‘매체 체질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출범한 후원제 실적이 변변치 못하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후원 실적이 목표를 크게 밑도는 데다 근본적으로는 당초 공약했던 독자 분석 시스템이나 개발자 확보를 비롯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25일 발행한 디지털노보에서 김현대 대표가 공약 사업으로 주도한 한겨레 후원제 모델을 점검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13개월 준비 끝에 선보인 한겨레 디지털 후원제의 성적표가 초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표가 공약한 ‘임기 내 10만명 후원자 달성’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노보에 따르면 후원제를 도입한 지난 5월17일부터 10월10일까지 정기·일시·주식후원 회원은 총 2055명 모였다. 누적 후원금은 주식 구매금을 포함해 3억440만원이었다. 한겨레지부는 “연간 8억원 가까이 매출 실적을 예상했던 연간 계획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 셈”이라고 했다. 6주차 이후로는 주당 100만원대 이하를 기록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래픽=이우림 기자
▲출처=게티이미지, 그래픽=이우림 기자

후원제 관련 업무를 맡은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적극적 프로모션으로 입소문을 내고 후원자 정보를 수집해 디지털 독자와 매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초기 제도 안착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지금 수준의 후원제가 유지된다면 지난 5년간 진행된 초기 단계의 콘텐츠 유료화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일례로 한겨레가 2017년 시범 도입했던 ‘좋은 기사 응원하기’를 통한 후원 실적은 월평균 122만원 수준이다.

기술책임자·개발자 확충 공약 지켜지지 않아

아쉬운 성적엔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을 서두른 것이 한 요인으로 꼽혔다. 한겨레지부는 “(출범 당시) 새로운 콘텐츠 전략도, 독자 서비스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김현대 대표는 “데이터 분석과 과학적 조사에 근거를 두지 않은 유료화는 전부 실패했다”고 밝히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선임과 디지털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확충을 공약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한겨레는 ‘원아이디’(계정통합)과 간편결제 등 금전적 후원을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만 갖춘 채 출범했다.

한겨레지부는 “이런 시행착오는 비슷한 시기 콘텐츠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개편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례와 대비된다”며 “이들은 유료화를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독자들이 누리집에 회원 가입하도록 하고, 로그인 회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부여해 효능감을 부여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자 분석 도구 개발중

한겨레는 현재 후원제 도입 5개월 만에 이용자 분석 시스템을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언론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후원 분석 도구를 개발 중이다.

한겨레지부는 “주주·독자·후원을 한 데 묶는 지향점이, 콘텐츠 유료화에 머문 다른 매체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점은 분명 다행스러운 대목”이라면서도 “이제야 도입되는 것을 두고는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라고 했다.

박정웅 한겨레 후원미디어전략부장은 통화에서 “분석 도구의 기본 기능을 개발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고, UI(user interface·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듬고 추가 기능을 넣는 등 손을 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한겨레 사이트에 들어오는 로 데이터(raw data·가공되지 않은 측정 자료)를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후원하는지’를 분석하도록 했다. 유입 경로나 특정 기사를 본 독자의 다음 스텝, 체류시간에 따른 후원 확률 등”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후원제 출범 시기에 맞춰 독자 분석 도구를 도입했다면 좋았겠으나 물리적으로도, 사람 면에서도 실현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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