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지냈던 노태우(89)씨가 사망한 가운데 빈소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혼 소송 중이지만 법적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한 기자가 고인과의 관계를 물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7일 오전 10시28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씨 빈소를 찾았다. 문제가 된 상황은 최 회장이 조문을 마친 뒤 벌어졌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를 찾은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KBS 보도화면.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를 찾은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KBS 보도화면.

YTN 정치부 소속 A기자는 최 회장에게 “고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물었다. 이에 최 회장은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며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아무쪼록 영면 잘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이후 또 다른 기자가 “유족들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 없이 질문과 답변이 진행됐다.

논란이 된 질문은 이어서 질문한 A기자에게서 나왔다. A기자는 “고인과 생전 인연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허허허’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한 기자가 ‘고인과의 생전 인연’을 묻자 최 회장은 ‘허허허’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며 “최 회장과 유족 간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한 질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해당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다른 유력 매체들도 관련 내용을 기사에 담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언론은 연합뉴스와 뉴스 전재료 계약을 맺고 있다. 모든 기자를 현장에 보내지 못하다 보니 연합뉴스에서 나오는 뉴스를 구매한 뒤 활용하는 것이다.

▲ 노태우씨 빈소가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노컷뉴스
▲ 노태우씨 빈소가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노컷뉴스

최 회장이 조문을 마쳤을 당시 질문했던 두 기자는 ‘풀러’로 투입된 기자들이다. 통상 풀러란 취재진이 많이 모이는 상황에서 기자들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를 의미한다. 풀러가 질문하기 전에는 기자들이 모인 ‘풀방’(카카오톡 등을 활용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질문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날 A기자 질문 역시 풀방에서 취합된 질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A기자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현장 기자 사이에서도 A기자 질문에 비판이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종합일간지 소속 한 기자는 “빈소를 취재할 때 기자들끼리 방금 누가 (빈소에) 들어갔다고 현장에서 풀을 한다. 그래서 해당 인사가 빈소에서 나올 때 기자들이 붙어서 질문하는 것”이라며 “어제부터 최 회장이 조문 간다는 뉴스가 나왔다. 빈소 취재를 왔으면 (사위라는 사실은) 알고 가야 했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랑 무슨 사이냐는 질문은) 기자들 사이에서 난리였다. 아무리 저연차 기자래도 노씨 사위인 최 회장에게 생전 인연을 묻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현장 기자들끼리 어쩌다 우리업계 수준이 이렇게 떨어졌냐고 자조하며 슬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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