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방노협’)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유승민 후보를 두고 ‘노골적 (언론) 장악’에 가까운 언론관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방노협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KBS, MBC, SBS, EBS, YTN, CBS, OBS, KNN, TBC, KBC, TJB, JTV, CJB, UBC, G1, JIBS, BBS 등 노조의 연대체다.

문제의 발언은 2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토론회에서 나왔다. 언론 대책을 주제로 홍준표 후보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유 후보는 “이 정권이 개판 쳐놓은 이 공영방송, 정부 통제 하에 있는 방송사·신문사들의 인사를 그대로 두고 다음 정권을 시작하겠다는 것인가”라거나 “언론이 굉장히 중요한 권력의 한 축인데 그걸 어떻게 그렇게(그대로 두겠다고) 하느냐”고 주장했다.

유 후보 스스로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 절대 개입 안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차기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셈이다. 홍 후보가 “나중에 (제가) 대통령이 됐을 때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말하자 유 후보는 “제가 처리하겠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방노협은 이를 두고 “방송법 위반 발언이요, 노골적인 방송장악 선언”이라며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 부르며 결사반대 했었다. 언론 수호자라는 가면 뒤의 검은 얼굴을 확인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TV토론 공개석상에서 무모한 위법적 발언을 내놓을 수 있는 무지가 놀랍기만 하다”며 유 후보를 향해 “방송 장악 발언을 즉각 해명하고 책임을 지라” 촉구했다.

▲25일 오후 대전KBS에서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유승민 후보 ⓒ국민의힘
▲25일 오후 대전KBS에서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유승민 후보 ⓒ국민의힘

언론관 측면에선 홍 후보도 논란의 인물이다. 홍 후보는 24일 “정부가 언론에 대해 가진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면서도 MBC와 KBS 2TV 등을 민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언론사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문제에 적극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목은 “1980년 언론통폐합과 같은 권력의 언론장악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는 비판을 불렀다. 방노협도 이를 두고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언론 장악 의지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방노협은 “국민의힘 후보들은 현재의 언론 상황을 비판하며 세계 40위권인 언론자유지수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해당 순위가 역대 최하 수준인 70위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은 꼭꼭 숨긴 채”라고 지적한 뒤 “불과 1년 전, (박근혜정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방송법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 사건으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면 공당으로서, 또 그 정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서 결정적인 자격 미달”이라 꼬집었다.

방노협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공약은 지난 수년간 어디로 갖다 버린 것인가. 집권여당의 무위와 침묵 속에, 방송장악 세력이 다시 꿈틀대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여당의 책임도 물었다. 방노협은 “대선 정국이 깊어갈수록 집권 여당의 언론개혁에 대한 진의를 신뢰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 틈을 타 방송장악 세력은 다시 한번 시계를 거꾸로 돌릴 준비를 할 것이다. 한시바삐 공영언론 지배구조 정상화, 공영언론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입법으로 완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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