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에 물리력을 행사하며 겁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해당 취재기자는 한 목사 횡령 등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 경찰관의 비호 정황을 취재 중이었다.  

사단법인 평화나무의 권지연 기자는 서울 서초구에서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목회하는 서아무개 목사의 비리 의혹과 해당 교회 성도인 경찰(방배경찰서 경제팀 소속 김아무개 수사관)의 비호 정황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신분이 유출된 민원인의 사례를 취재하고 있었다. 

민원인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뒤 방배경찰서 한 수사관에게 연락을 받았다. 해당 수사관은 ‘신분 노출 우려가 있다’고 했고 민원인은 수사관의 말을 믿고 국민신문고에 올렸던 자신의 민원을 취소했다. 그런데 이후 김 수사관이 민원인를 상대로 무고죄로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원인 신분에 대한 비밀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김 수사관은 민원인에게 ‘국민신문고 작성자가 집사님(민원인)인 거 다 확인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권 기자는 이 사건 관련 김 수사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5일 방배경찰서를 찾았다. 다음은 당시 권 기자와 김 수사관의 대화 녹취다. 

기자 : “취재 요청드리러 온 건데요.”
수사관 : “놔, 놔라. 이거 확인해요. 녹음하고 있는지, 녹음하고 있지?”
(중략)
수사관 : “왜 찍냐고, 왜찍어”
기자 : “왜 찍어?”
수사관 : “안 찍었어? 안 찍었니?”
기자 : “왜 반말 하십니까?”
수사관 : “몇 살이니? 왜 찍었니? 아니 안 찍었으면 보여줘”

▲ 지난 5일 권지연 기자가 방배경찰서에 방문했을 당시 CCTV. 김아무개 수사관이 자신에게 입장을 받으러 온 취재기자를 구석으로 몰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모습. 위에서부터 시간순
▲ 지난 5일 권지연 기자가 방배경찰서에 방문했을 당시 CCTV. 김아무개 수사관이 자신에게 입장을 받으러 온 취재기자를 구석으로 몰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모습. 위에서부터 시간순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당시 경찰서 사무실 CCTV를 보면 김 수사관은 권 기자를 사무실 구석으로 몰아넣고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기자 : “지금 뭐하십니까, 이게 경찰공무원으로서 마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사관 : “기자가 그러면 취재원이 거부하는데 마음대로 찍은 거 기자정신에 맞는거야?”
기자 : “과장님과 이야기하겠습니다. 비켜서십시오.”
수사관 : “내놔, 내가 부숴버리기전에”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김 수사관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권 기자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어졌고 고성이 오갔다. 권 기자는 다른 경찰관들을 향해 ‘왜 자신이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반말로 겁박을 당하고 있는데 보고만 있는지’ 요청했지만 김 수사관을 적극적으로 제지한 이는 없었다. 결국 김 수사관의 강압으로 권 기자는 녹음파일을 삭제한 뒤 경찰서를 빠져나왔고, 이후 녹음을 복원했다. 

지난 8일 관련해 방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 기자는 “사과도 받지 못했고, 국민신문고 작성자 관련 누출경위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제보자(민원인)에게 사과할 의향도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이헌주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는커녕 온 힘을 기울여 위법하고 불경건한 목사를 지키겠다고 하는 경찰이 있다고 하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목사는 140억원대의 횡령과 탈세로 수사를 받고 있고, 해당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 서아무개 목사와 유착 의혹이 있는 김아무개 방배경찰서 수사관 관련 지난 20일자 CBS 보도 갈무리
▲ 서아무개 목사와 유착 의혹이 있는 김아무개 방배경찰서 수사관 관련 지난 20일자 CBS 보도 갈무리

 

이날 양희삼 카타콤교회 목사는 “사건 음성 파일을 들어보니 다른 수사관들도 동조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는데 당신들은 어느 나라 경찰들”이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기자가 취재를 왔는데 본인이 지금 이 사건의 이해 충돌 당사자이고 제보자 색출의 당사자이고 협박의 당사자이다보니까 굉장히 과민 반응과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폭력경찰이 된 거냐”고 비판했다. 

권 기자는 당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에 진정을 넣었다. 

김 수사관과 방배경찰서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김 수사관에게 지난 13일부터 수차례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26일 현재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 방배경찰서 측에도 관련 질의를 남겼지만 26일 현재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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