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원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방송 진행자가 “법조 쿠데타”라 논평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앞서 소위원회가 의결한 법정제재 수위(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다.

방통심의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대담·토론프로그램 공정성 위반(방송심의규정 13조1항) 여부를 토론한 끝에 이같이 의결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때 방송평가에 반영되는 중징계로,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 감점 사안이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중지지켰다”며 “법조 쿠데타 시도인가”라 평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출연진은 “엉터리 판사”, “본안선취(본안소송에서 해야 할 판단을 선취했다는 뜻)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 행정소송법 조항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했다. 앞서 사안을 심의한 방송소위에선 3인이 ‘경고’, 2명 위원이 ‘주의’ 의견을 냈다.

전체회의에선 총 9인의 위원 가운데 4명이 주의, 4명이 경고 의견을 내 한동안 평행선을 달렸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정연주 위원장은 “지난 5년 9개월 간 심의 자료를 보면 위원회가 ‘경고’를 자제한 흔적이 3~4기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여러 사례들이나 최소 규제 정신으로 봐서 이번엔 주의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옥시찬 위원은 “사전에 이미 패널이 고정된 프로그램임을 감안해도 문제다. 사회자가 진행과정에서 반대의견의 존재를 멘트로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유사 사례를 심의할 때 크게는 주의, 작게는 의견제시에 그친 바 있는 만큼 주의 의견을 낸다”고 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경고’ 의견을 내고 “소위 결과보다 수위를 낮춰 ‘주의’를 준다면 (TBS가) 전보다 더 위원회 심의와 시청자를 고려 않고 독주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문제가 거듭되는데도 놔두는 것이(옳지 않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은 ‘권고’ 의견을 내고 “논평과 대담은 기본적으로 의사표명의 영역”이라며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법률 분석에 오류가 있대도 제재거리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한 차례 정회 뒤 일부 위원이 의견을 바꾸면서 ‘주의’로 결론이 났다. 당초 방송소위에서 ‘경고’ 의견을 냈던 이광복 부위원장(방송소위원장)이 “합의제 정신을 존중해 의견을 바꾸겠다”고 했다. 이외에 정연주 위원장과 윤성옥·정민영 위원이 주의 의견을 냈다. 김우석·이상휘·황성욱 위원은 경고 의견을, 김유진 위원은 권고 의견을 유지했다.

한편 이날 방통심의위는 오디션 지원자 수를 실제보다 2배 넘게 부풀려 방송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도 주의를 의결했다. 학교폭력이나 성인 출연자가 흉기로 미성년자의 머리를 찌르는 등 장면을 방송한 SBS ‘펜트하우스2’에도 주의를 결정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일부 위원 우려에 “인물 찾기 쉽지 않았다, 이해해주길”

일부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연주 위원장이 지난해까지 KBS 출신으로 KBS비즈니스 사장을 지낸 김진석 전 사장을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한 데 해명을 요구했다.

이상휘 위원은 이날 발언을 청해 “(임명 사실을) 지난 주말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KBS 출신이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같이 하게 되면 그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도 “절차적 합리성 면에서 앞으로는 알아보고 통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주 위원장은 “저널리스트로는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 긴 기간 일했다. KBS에선 경영 일을 했고 5년4개월 근무했기에 엄격히 따지면 자신을 KBS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오해를 피하려고 사람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내부에서 발탁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사무처 직원들을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쉽지 않았다”며 “오해를 피하려 노력했는데, 아는 범위 안에서 그런 인물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두 위원에 사무총장 임명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은 데엔 “일이 좀 잘못 진행된 것 같다. 전달된 것으로 알았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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