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S 사장 후보자 3인 중 2인의 갑작스런 사퇴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도 전, 한 명의 후보만이 남은 초유의 상황이 오히려 KBS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참여단의 KBS 사장 후보자 평가를 하루 앞둔 22일, 3배수 후보로 뽑힌 임병걸 후보(현 KBS 부사장)에 이어 서재석 후보(전 KBS 이사)가 연이어 사퇴했다. 시민참여단 평가 40%, KBS 이사회 최종면접 6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가리는 절차를 앞두고 김의철 현 KBS비즈니스 사장만이 후보로 남게 된 것이다.

임병걸 후보는 자신이 재직 중 대학원에 다녔던 사실로 회사에 누를 끼쳐선 안 되겠다는 이유를 사퇴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서재석 이사는 ‘정파적 구도 아래 끝까지 해보려 했던 노력은 여기까지다’ ‘남은 한 후보와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뒤이어 사퇴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 후보 홀로 23일 비전발표회에서 시민참여단 평가를 받았고, 이사회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두 후보의 사퇴는 KBS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KBS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5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구성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세 후보자를 꼼꼼히 살피고 공정한 평가를 준비하고 있었던 시민참여단에게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며 “두 후보의 사퇴는 국민과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은 유감스러운 결정”이라 비판했다.

각 후보가 밝힌 사퇴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서 후보가 ‘선임 구조’ 문제를 거론한 점을 두고 KBS본부는 되레 서 후보가 “이사회의 정파적 구도에 기대어 요행을 기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임 11기 이사회에서 야권 이사로 분류됐던 서 후보가 현 정부에서 KBS 경영진을 거친 두 후보에게 표가 분산될 것을 기대했다가, 양자 구도가 되자 물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KBS 사장 선임절차를 관장하는 이사회 일원이었던 서 후보가 이제야 정파적 구도를 문제 삼는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KBS본부는 “서 후보가 이사 재직 시 정파적 구도 개선을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셈하다가 선임 과정 전체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며 떠나는 마지막 모습에서 KBS인으로서의 당당함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서재석 후보 사퇴서가 드러내듯 KBS 사장 선임 과정의 정파성을 없애기 위해 국민 목소리 반영은 필수적”이라며 “정파적 집단이 아닌 다양한 국민들이 공영방송 리더십 결정 과정에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정파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선임과정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 각계의 의견들을 녹여낼수록 KBS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대명제를 실천할 수 있고 정치적 후견주의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는 KBS 사장 후보자의 사퇴로 도드라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편향성 논란의 뿌리는 정파적, 정략적으로 리더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새 방송법의 핵심은 이사·사장 선임 과정에 있어서의 국민참여 보장과 논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여야 한다. 서재석 후보의 돌발 사퇴는 이 원칙을 이사회의 선의나 선택이 아니라, 법률로 지켜야 함을 역설한다”며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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