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표 뒷배경 허전하자 과학자들 병풍으로 동원” (중앙일보 10월22일자) 

중앙일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21일 진행한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발표 자리에 있었다는 익명의 참석자 발언을 전하며 “대통령의 성명 발표 뒷배경이 허전하자 기획 책임자가 누리호 발사를 담당해온 과학기술자들을 뒤에 ‘병풍’으로 동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우리 힘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든 역사적 현장에 고생한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 이벤트만 있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누리호 개발 참여 과학자는 중앙일보에 “지난 10년여간 밤낮으로 했던 고생이 누구에겐 잠깐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같아 정말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현장을 지휘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10월22일자 5면.
▲중앙일보 10월22일자 5면.

같은 날 문화일보는 “문 대통령이 주변에 도열한 누리호 개발 과학기술자들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병풍’으로 동원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자들의 공로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들을 소개하거나 격려 박수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뒤 “행사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탁현민 비서관은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발표 시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것은 특별한 배려를 담은 의전”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과 함께 서는 것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고 대통령은 여간해서 누구와 함께 서지 않는다. 특별한 격려가 필요하거나, 메시지의 주인공만이 함께 설 수 있다”면서 “이것은 전 세계 정상들의 공통된 의전형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을 보면 알겠지만 무슨 대단한 세트를 세운 것도 아니고 단상만 놓았으며 로비에서 이루어졌다. 시끄러울 일이 없고 분주할 일도 없다”고 전한 뒤 “대통령 메시지 발표 현장에는 100여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함께했다. 대부분 대통령, 여사님과 함께 악수를 나누고 격려를 받고 아쉬움을 나누었다. 혹여 그 자리가 불편했던 사람이 있었다 치더라도 발사의 전체과정이 마무리된 이후였고, 안 와도 그만이고 안 왔다고 뭐라 할 일도 아니며, 뭐라 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며 중앙일보 기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탁 비서관의 해명에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이어졌다. 유지한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는 23일자 지면 칼럼 ‘대통령 쇼가 먼저인가’에서 “11년 7개월 동안 누리호를 개발해온 과학자들이 병풍처럼 서 있었다”고 적은 뒤 “정치 쇼를 꼭 해야 하나”라는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익명의 박사 발언을 전했다. 

▲2021년 10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에 나선 모습. ⓒKBS보도화면 갈무리
▲2021년 10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에 나선 모습. ⓒKBS보도화면 갈무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분들에게 모여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그 분들이 병풍처럼 활용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분들을 트럭으로 싣고 온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현장에서 과학자들을 만난 입장에서, 대통령 옆에 설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실제로 대통령께서 연구진들을 격려하셨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8월25일, 2010년 6월10일, 2013년 1월30일 나로호 1‧2‧3호 발사 당시 나로우주센터 현장을 찾지 않았다. 다만 나로호 1호 발사 실패 뒤인 2009년 8월28일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과학자들을 ‘격려’했다. 당시 이 대통령 뒤에도 과학기술자들의 모습이 보였으나 이를 두고 ‘병풍’이라고 비판한 언론은 없었다.

강민구 이데일리 기자는 24일 ‘우주에 희망 쏜 누리호, 과학까지 정치 접근 말아야’란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과학계에서는 ‘그 자리에 있었던 젊은 연구자들을 비롯해 대통령 옆에서 오히려 사진이 나오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다’, ‘2조짜리 사업이 끝나고 앞으로 잘 지원하겠다고 보고하는 자리였는데 병풍 세웠다며 예전 권위주의 시절처럼 썼다’ 등 너무 꼬아서 봤다는 평가가 많다”고 적기도 했다. 

▲ 2009년 8월28일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과학자들을 ‘격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KBS보도화면 갈무리
▲ 2009년 8월28일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과학자들을 ‘격려’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KBS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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