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사의 사생활 기사가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배구선수 이다영 부부의 이혼 폭로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심석희에 관한 사생활 침해적 보도, 배우 김선호의 임신중지 종용 논란과 ‘전 여친’에 대한 신상보도까지.

선정적인 연예인 사생활 보도와 폭로자 신상캐기는 한두 번 지적받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언론의 죄책감이 무뎌진 모습이다. 신상캐기로 조회수를 올린 후 곧바로 ‘신상 캐기는 2차 가해’라는 식의 기사로 또 한 번 조회수를 노리는 모습까지 보편화했다. 언론 내부는 “다른 언론사에 다 나왔는데”라며 이런 보도를 합리화한다. 

언론시민단체가 사안마다 지적하고 언론중재위원회 등이 시정을 권고해도 보도 행태는 반복된다. 조회수에 언론사 수익이 달린 이상 아무리 비판해도 개선은 난망하다.

‘전여친 정체’ 언급 유튜브 후 보도 우후죽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2일 “저널리즘 실종된 유명인 사생활 보도, 클릭 수 경쟁만 남았나…‘김선호 전여친’ 찾아 헤매고, 조재범 판결문 퍼나르는 행태 멈춰야”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선호 배우의 과거를 폭로한 '전 여친'의 신상을 언급하는 보도들.
▲김선호 배우의 과거를 폭로한 '전 여친'의 신상을 언급하는 보도들.

단체는 배우 김선호 이슈에 관해 커뮤니티 글과 연예 유튜버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는 10월17일부터 21일까지 5일 동안 550여 개에 달했다. 

폭로자인 ‘김선호 전 여친’의 직업 등 신상을 보도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이 역시 연예 유튜버가 ‘전 여친 정체’를 언급하는 영상을 올린 후 나온 보도들이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18일 ‘단독’ 보도로 ‘김선호 전 여친’의 현재 직업과 이전 직업 등을 적기도 했고, 국제뉴스도 20일 김선호의 과거 연인으로 지목받은 인사 신상을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전 여친’ 신상이 알려지자 위키트리 같은 매체는 21일 ‘김선호 전 여친’이라는 단어를 뺀 채 지목 받은 인사의 이름, 직업, 사진을 게재하는 등 교묘하게 기사를 올렸다.

신상 털고서 ‘신상털기 비판’ 기사로 조회수 얻기

‘신상 털기’ 기사로 조회수를 올리고, 이후 ‘신상 털기’를 비판하는 기사로 또 한번 조회수를 올리는 매체도 있다. 세계일보는 20일 “김선호 전 여친이 XXX맞나요? 과열된 신상털기 우려”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 매체는 같은 날 “김선호 폭로글 작성자는 방송계 출신 인플루언서?”라는 기사도 썼다.

언론의 사생활 침해는 심각하다. 2020년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425건 중 사생활 침해가 103건(24.2%)으로 1위를 차지했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당사자 동의 없이 유명인 가족 등에 대한 사적 정보나 초상을 공개하는 보도”나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동의 없이 그와 관한 내밀한 정보 및 사생활을 공개할 경우” 시정 권고 대상이다.

▲김선호 배우 스틸컷. 사진출처=tvN 홈페이지. 
▲김선호 배우 스틸컷. 사진출처=tvN 홈페이지. 

 

“이미 다 나왔는데 왜 가만히 있냐” 선정적 기사 합리화

언론사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가 요원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인터넷 언론사의 연예 담당 기자는 “이런 사건이 터지면 온라인에 폭로자 신상 관련 내용이 떠돈다”며 “그러면 매체들도 ‘이미 다 나온 정보인데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식으로 선정적 기사를 쏟아낸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매체마다 보도윤리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는 유해한 보도를 지양한다는 내용이 있을 텐데 그저 ‘얘기가 된다’는 이유로 뭉개는 모습”이라며 “떠도는 내용 중 확인되지 않은 것도 많다. 설사 틀리지 않은 정보라 해도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폭로자에 집중하면 폭로자의 무결함을 따지게 된다.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져 본질에서 멀어진다”며 “폭로자에 대한 편견과 비난을 조장하는 게 매체 역할일까. 매체와 유튜브는 다르다. 언론 매체임을 인지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선호 배우 관련 언론보도. 사진출처=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링 보고서 가운데.
▲김선호 배우 관련 언론보도. 사진출처=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링 보고서 가운데.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일부 독자들은 제보자나 폭로자 신상 정보를 원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가 보도할 땐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언론이 조회수 앞에서 원칙과 체면 없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평론가는 “이런 보도 행태가 노골적인 곳은 중소매체나 닷컴, 스포츠 매체 등 처우가 불안정한 곳이다. 이런 매체일수록 조회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미디어가 수익을 내는 법과 독자들이 미디어를 보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문제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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