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를 기사로 쓰는 과정에서 과거 게시글을 최근 소식처럼 ‘재탕’하거나 ‘뒷북’ 기사를 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털을 통해 ‘고깃집 불판 비용 논란’이 불거졌다. 데일리안은 지난 17일 “‘불판 교체·상추 리필 990원’ 고깃집 유료 서비스 논란” 기사를 통해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불판 교체에 비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안은 “글쓴이가 올린 사진 속 고깃집은 불판 교체에 990원, 동치미 한 그릇에 790원, 야채 리필에 990원 비용을 받고 있다”고 했다.

▲ 지난 17일 데일리안 기사 갈무리
▲ 지난 17일 데일리안 기사 갈무리

이 기사가 나온 이후 중앙일보, 서울신문,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MBN, 스포츠경향, 뉴스1, 매일신문 등 20여개 언론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스포츠경향은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에서 불판 교체와 야채 리필 등 기존에 무료로 제공한 서비스를 유료로 운영 중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뜨겁다”며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다뤘다.

하지만 이 식당은 지난해부터 불판 교체에 추가 요금을 받고 있었다. 기사에 등장한 메뉴 주문 키오스크 기기 사진도 과거 사진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지난해 9~11월에 올라온 커뮤니티 글들에 같은 사진이 첨부돼 있다. 이때부터 같은 사진이 주기적으로 공유되면서 최근까지 커뮤니티에 올랐고, 언론은 뒤늦게 주목해 기사를 쓴 것이다. 

독자 입장에선 불판 교체 비용을 받는 방식이 최근 급작스럽게 도입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20여개 기사 가운데 해당 식당이 지난해부터 이 같은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 건 국민일보 뿐이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인사이트는 이 소식을 전하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일부 자영업자들이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무료로 진행되던 서비스들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로 인해 불판 교체 요금을 받는 것처럼 다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외에도 쓰레기 더미 같았던 1.5룸을 100만원 비용을 들여 청소했다는 뉴스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어제까지 사람 살았다는데’… 청소비 100만원 든 원룸 ‘충격’ 상태”(한국경제) “100만원 들여 청소한 1.5룸 집..청소 전 상태에 누리꾼 ‘경악’”(MBN) 등 기사 17건이 쓰레기로 뒤덮인 방 사진을 보여주며 청소업체에서 100만원을 들여 청소한 후기를 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기사가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해당 사진과 후기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인사이트가 당시 관련 보도를 했고 2020년 위키트리가 같은 내용을 다시 보도했다.

이어 2021년 인사이트를 포함해 데일리안, 조선일보,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MBN 등 17개 언론이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 포털 다음 기사 리스트 갈무리
▲ 포털 다음 기사 리스트 갈무리

민언련은 “별다른 취재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긁어온 글이 포털의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한국 언론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며 “기사에 등장한 사진이 언제, 어디에서 찍힌 것인지, 작성자는 누군지 등은 모두 빠져 있다. 기사 작성의 기본 요건인 ‘육하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2020년 화제됐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일단 쓰고 보자’는 한국 언론의 게으른 관행이 낳은 사건”이라며 “클릭 장사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오보와 다름없는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언련은 “어뷰징 기사 등에 대한 감시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겨놓고 언론사 뒤로 물러나 있는 포털 역시 언론의 상업적 클릭 경쟁으로 벌어지는 오보 양산 등 저널리즘 품질 하락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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