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권센터가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언론의 무분별한 2차 가해를 비판했다. 언론은 심 선수에 대한 폭행·성폭행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은 조재범 전 코치 측이 입수해 유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심 선수의 개인 메신저 대화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21일 ‘디스패치 수준으로 전락한 언론, 2차 가해 행위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는 논평을 내고 “디스패치의 무책임한 폭로와 이를 윤리적 고민 없이 받아쓰는 언론 보도로 인해 심 선수의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는 여론까지 등장했다”고 우려했다. 

▲언론인권센터 논평 이미지
▲언론인권센터 논평 이미지

디스패치는 8일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와 팀 동료들을 험담한 내용 등이 포함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의 개인 메신저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심 선수에 대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제보한 것으로, 조 전 코치는 재판 중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아무런 고민 없이 해당 내용을 공개한 디스패치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에 더해 소셜네트워크 기반 뉴스서비스 위키트리는 끊임없이 심 선수의 사적 대화를 인용하며 ‘이미지 무너진’, ‘부적절한 관계 논란’, ‘동료 뒷담화 논란’, ‘충격적인 카톡 대화 공개’ 등을 제목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리의식을 갖고 보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사건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디스패치의 메신저 공개 이후 중앙일보와 서울경제, 동아일보, 이데일리 등 언론은 선정적 제목으로 이를 받아썼다.

“최민정 토나와”“김아랑 XX” 심석희, 동료 비하 충격문자 (중앙일보)
‘토 나와’ ‘개XX’…심석희, 동료 비하·욕설 문자 ‘파문’ (서울경제)
“토나와, 개XX”…심석희 ‘中응원-동료 조롱’ 뒷담화 논란 (동아일보)
“김아랑? 병X이라 그래”…심석희, 동료 비하 메시지 논란 (이데일리)

▲지난 8일 포털 뉴스페이지 심석희 관련 보도 검색 결과
▲지난 8일 포털 뉴스페이지 심석희 관련 보도 검색 결과

언론인권센터는 “자극적인 단어들을 강조해 기사 제목으로 삼거나 메신저 내용을 일일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가”라며 “해당 내용의 취득 경로, 당사자의 동의 여부, 언론 보도로 인한 2차 피해 유무 등 다각도 방면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고 했다.

단체는 “조 전 코치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그는 명백한 가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메신저 속 자극적인 표현에만 집중하며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며 선수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쇼트트랙은 선수 폭행, 비리, 한체대·비한체대 간의 파벌싸움, 성폭력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왔다”며 “언론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엘리트 체육, 파벌, 체육계 구조의 문제를 짚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의제를 던지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도 18일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은 심 선수에 대한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춰라’라는 성명을 내고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에 의한 심석희 선수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 제공의 불법성과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15일 SNS를 통해 “(심석희를 향한) 의혹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흠집 내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카톡은 카톡이고, 성폭력 피해는 성폭력 피해”라며 언론의 2차가해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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