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MBC의 추가 보도에 “전체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MBC가 공개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의 통화 음성에 대해 “스모킹 건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MBC 보도를 섣부르게 오보·공작이라고 단정했던 과거 발언을 명확하게 바로잡지 않았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0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조성은씨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윤석열’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렇다면 MBC는 공작을 한 게 아니라 정확한 보도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청취자 질문을 받았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CBS 한판승부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CBS 한판승부

이런 질문은 왜 나왔을까. 진 전 교수는 지난 7일 같은 방송에서 전날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MBC 보도는 오보로 확인됐다고 CBS에서 보도했다. (김웅-조성은) 녹취에 그런 게(윤석열 언급) 없다는 것”이라며 “MBC는 항상 이런 식으로 공작을 많이 해왔다. 채널A 사건에서도 그랬다. 언론이 이런 장난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6일 “김웅 ‘고발장, 검찰이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김 의원이 지난해 총선 직전 조씨에게 “내가 대검찰청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나는 쏙 빠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피고발인으로 적시된 고발장이 지난해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김웅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순서로 전달됐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검찰의 고발 사주 배후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더하는 보도였다.

하지만 같은 날 타 매체 보도 다수가 ‘윤석열’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MBC 보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왜 MBC만 윤석열 이름을 꺼냈을까라고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더구나 CBS가 MBC 보도 다음날인 7일 “[단독]김웅-조성은 녹취파일에 ‘윤석열’ 언급 없었다”라는 기사에서 두 사람 통화 녹취파일에 윤 전 총장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 19일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 등에 따르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고발장을 제출하러 검찰에 직접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 19일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 등에 따르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고발장을 제출하러 검찰에 직접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진 전 교수는 CBS 보도에 근거해 7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MBC 보도는 오보로 확인됐다고 CBS에서 보도했다”며 “(김웅-조성은) 녹취에 그런 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 보도를 둘러싸고 오보라는 의심이 커지던 차에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19일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 음성을 공개했다. 이들 취재물을 확인해 보면, 김 의원은 자신이 고발장을 제출하러 검찰에 직접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조씨에게 설명하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에 따르면, 녹음 파일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세 번 등장한다.

CBS 기사와 이를 인용한 진 전 교수가 거짓을 전하게 된 상황이 됐다. 진 전 교수는 20일 청취자의 이와 같은 질문에 “변명하자면, 윤석열 이름이 (김웅·조성은 통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곳은 CBS”라고 말한 뒤 진행을 맡고 있는 박재홍 앵커에게 익살스럽게 “책임 지십시오”라고 말했다.

▲ CBS는 지난 7일 “[단독]김웅-조성은 녹취파일에 ‘윤석열’ 언급 없었다”는 제하의 보도에서 녹취록에 윤 전 총장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사진=포털사이트 다음 화면
▲ CBS는 지난 7일 “[단독]김웅-조성은 녹취파일에 ‘윤석열’ 언급 없었다”는 제하의 보도에서 녹취록에 윤 전 총장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사진=포털사이트 다음 화면

그는 MBC 보도로 검언유착 의심을 샀던 채널A 기자 사건을 언급하며 “채널A 사건은 법정에서 이미 판명 나지 않았나? MBC가 커다란 오보를 했다. 그 바탕에 정치적 동기도 깔려 있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며 “(김웅·조성은 통화)녹취록이 공개됐지만 MBC는 특정 방향으로 자꾸 프레임을 씌워 몰고 가고 있다. 자기들한테 필요한 부분만 공개할 게 아니라 전체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가 ‘검찰의 고발사주 배후에 윤석열이 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이다. 진 전 교수는 김 의원이 ‘윤석열’ 이름을 언급한 대목에 대해 “김 의원 자신이 (대검에) 직접 가게 되면 윤석열이 시켰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는 윤석열이 사주했다는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MBC가 보도한 것은 (고발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매체인) 뉴스버스가 보도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음성이 공개됐다는 것일 뿐 스모킹 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스모킹 건인 것처럼 보도하는 태도는 굉장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사실만 이야기하면 된다. 판단은 시청자와 청취자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0일 오후 첫 번째 리포트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을 입건한 소식을 전했다.

MBC는 “윤석열 총장의 손발로 불렸던 한동훈 검사장, 눈과 귀였던 손준성 검사, 여기에 입이었던 권순정 검사까지 수사 대상이 되면서 공수처는 당시 윤석열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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