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둔다. 나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와 아무 관계가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캠프’에 합류할 뜻도 전혀 없다. 내가 ‘대장동 의혹’에 ‘조중동 의혹’을 꺼낸 까닭은 하나다. 대선 정국에서 조중동 보도가 저널리즘의 기본을 너무 벗어나고 있어서다. 

두 차례 국감이 끝나자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복잡해 보이지만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간단”하다면서 “공공개발을 앞세워 원주민에겐 시가보다 싸게 땅을 강제 수용하고, 실제 사업땐 민관 개발 형태로 바꿔 입주자들에게 인근 지역보다 높은 값을 받았다”고 정리했다(10월21일). 이어 “하필 돈벼락 맞은 사람들이 죄다 이 지사의 측근 아니면 주변 인물들”이라고 몰아세웠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과연 그러한가. 국감을 지켜보고도 ‘기자’가 그렇게 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돈벼락 맞은 사람들이 죄다 이 지사의 측근 아니면 주변 인물”이라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같은 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대장동 대박 예보, 2년 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제하의 칼럼에서 “성공할 지 실패할 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정 수익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는 이재명의 국감 발언을 담았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공보에 “결제 한번으로 5503억원 수익을 환수했다”고 확실하게 말했다고 사뭇 꾸짖는다.

어떤가. 과연 그것이 논리적 모순인가? 불확실성 속에서 확정 이익을 받기로 했으니 확실하지 않은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는 야당 추궁에 “집을 5억 원에 팔기로 해놓고 나중에 잔금을 치를 때 집값이 올랐으니 나눠 갖자고 하면 계약이 깨지는 것”이라고 이재명이 반박했다고도 개탄했다. 묻고 싶다. 그 반박이 그토록 비합리적인가? 

▲ 10월20일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 10월20일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국감을 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마구 ‘칼날’을 휘두른다. “고담시장 이재명” 제하의 칼럼(10월20일)에서 “이 지사는 100% 민간개발보다 더 탐욕적인 방식을 택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손에 쥘 확정 금액에만 정신이 팔려 민간업체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며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에 비유하고 이재명을 ‘조커’라고 훌닦는다. 조커가 누구인가. 영화사에서도 악독한 살인마 아닌가. 유력 대선후보를 조준한 칼럼의 끝은 “이 불온한 기운을 멈춰 세워야 한다”이다.

조중동 보도는 대선 국면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심각하다. 더러는 자신이 조중동을 보지 않기에 그들로부터 세뇌 받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윤똑똑이들이 있다. 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은 ‘1차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간접효과와 의제설정을 통해 조중동은 심지어 깨시민 일부까지 ‘세뇌’한다(이에 대해선 ‘미디어리터러시의 혁명’ 참고). 

앞으로도 대선 국면 내내 논란이 될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공공개발이 안 된 책임이 새누리당 정권과 시의회에 있는가, 이재명에 있는가이다. 그 물음은 당시 민관개발로 타협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이익금 전액이 건설업자와 투기세력에게 돌아갔다는 이재명의 주장이 사실인가와 이어진다.

둘째, 전국 지자체에서 택지개발로 성남시 이상의 환수를 한 사례가 있는가이다. “없다”는 이재명의 주장이 맞다면 언론도 그 나름의 평가를 해야 옳거나 최소한 지금처럼 ‘부패의 온상’처럼 매도하는 보도와 논평은 자제해야 옳다. 셋째, 조중동은 앞으로 전면 공공개발과 초과이익 전액 환수 법제화에 찬성할 것인가이다. 

세 가지 기준의 사실 여부에 따라 대장동 의혹의 성격은 달라진다. 첫째와 둘째는 현직 기자도 국회의원도 아닌 나로서는 자료 접근권의 한계로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셋째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대장동 의혹에 ‘조중동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를 거침없이 ‘고담시의 조커’ 따위로 곰비임비 몰아가는 조중동 고위간부들을 보면서 그들 뒤에 있는 ‘사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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