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만 있고, 회사 이름 계속 오르는데 일선 기자들은 참담하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긴 한데...”, “회사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연루돼있거나”.

잠잠하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 머니투데이 라운지에 ‘김만배’ ‘김천배’ ‘김백배’ ‘김억배’ ‘김조배’ 등의 닉네임으로 사측을 향한 비판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13일 조선일보가 “이재명 인터뷰한 언론인, 7개월 뒤 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설립” 보도 이후 해당 언론인이 법조 기자 출신의 김만배 머니투데이 전 부국장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는 2015년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에 신생 시행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가 참여했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이가 김만배 전 부국장이다. 그는 3년 동안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여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지난달 13일자 조선일보 5면.
▲지난달 13일자 조선일보 5면.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에서 근무하던 김만배 전 부국장은 2004년 6월 법조팀이 없는 머니투데이에 입사했다. 김 전 부국장은 입사 후 같은 해 7월 자신을 포함해 법조팀원 4명이 입사했다고 사내에 알렸다. 이후 줄곧 그는 사회부 법조팀 차장, 부장 등을 맡았다. 2019년부터는 편집국 사회부 선임기자이자 부국장 대우였다. 

이번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루된 머니투데이 출신 언론인은 김만배 전 부국장만이 아니었다.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그의 가족 역시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7곳 중 7호의 지분을 100% 소유해 120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회사 이름은 또 거론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복수 제보에 의하면,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등 대화에서 50억원씩 주기로 한 6명의 이름이 나온다. 그 6명은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홍모씨”라고 밝혔다.

언론계는 홍아무개씨에 주목했다. 다수의 언론은 홍씨를 언론사 사주라고 보도했다. 홍씨가 언론계 사주로 거론되는 언론사는 손에 꼽는다. 이에 머니투데이 측은 당일 바로 기자들에게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50억원 약속 그룹’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50억원 약속 그룹’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홍모씨? ㅋㅋ”, “계속 대표, 국장 통해서 한 줄짜리 답변만 전하지 말고 적어도 구성원한테는 제대로 입장을 표명하고 해명을 해라. 정말 그렇게 당당하고 거리낄 거 없으시다면. 오늘 회사 행사도 분명 회장 환영사였는데 갑자기 대표로 바뀐 건 뭐냐. 당당하면 뭘 그리 뒤로 숨나. 그게 도망친 게 아니면 뭔가.” “그 형(김만배 전 부국장) 회장 라인인 건 누구나 아는 거고. 기사 안 쓰고 맘대로 이런저런 일 할 수 있도록 회장, 대표가 묵인한 거잖아. 편집국장이 그 양반을 컨트롤하겠냐. 이 정도면 오너리스크라고 봐야. 벌써 몇 번째야.” 블라인드 앱 머니투데이 라운지에는 ‘50억 클럽’ 명단 보도 이후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홍모씨가 거론된 지난 6일 이후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이사는 처음으로 기수별 간사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박종면 대표는 기자들에게 ‘인사 책임이 있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회사는 정말 몰랐다.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으나 ‘회사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수익을 내고 있다’라는 동문서답형 답변을 했다고 한다.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왜 이 사건을 내부에서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을까.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 등 조직이 없어 구심점이 없고 △사내 성추행 문제 해결과 연봉 협상, 조직 투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습화된 무기력 △애사심 감소 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창간한 머니투데이는 회사 홈페이지에 “머니투데이는 언론계에선 유일하게 ‘無차입-無어음-無노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홈페이지 회사소개란.
▲머니투데이 홈페이지 회사소개란.

머니투데이의 A기자는 “회사가 이 지경이 됐는데 기자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게 통탄스럽다. 화천대유 건과 성추행 사건 모두 문제다. 개별로 이야기 나눠보면 문제라는 생각은 공통으로 갖고 있는데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묶어줄 구심점이 없어서인지, 어떻게 시작할지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노조가 없는 게 한계인 것 같아 답답하다”며 “사건에 대응하는 회사의 모습을 보며 기자들 대부분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못하게 됐을 것이다. 목소리를 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암묵적으로 학습된 것 같다. 본인 회사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누가 애사심을 갖겠냐”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의 B기자도 “화천대유 사건과 성추행 건 모두 (문제라고) 다들 공감한다. 하지만 무서워서 이야기 못 한다. 기자협회도 노조가 아닌데 나설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머니투데이의 C기자 역시 “노조도 없고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체계 없는 조직은 결국 위계와 직급만이 유일한 규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명하복 분위기의 조직에선 사내 부조리가 발생해도 경영진은 대충 은폐하려 들고, 구성원들도 윗선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른말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겁나서 집단행동을 못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의 D기자는 “학습된 무기력이 너무 심하다. 가지들 사이에 구심점이 없다. 노조도 없다. 애사심도 없다. 노조가 없지만, 지금까지 기자들이 자잘하게 내부에서 많이 건의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한 뒤 “회사가 20년 넘게 성장하면서 필요한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회사에 인사팀도 없고 노조도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몇몇 사람들 마음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에만 10명 넘게 퇴사한 거로 안다. 회장이 회사를 팔고 나가지 않는 이상 머니투데이는 달라질 수 없다. 오죽하면 서울신문이 호반건설에 팔리는 걸 부러워했겠냐”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사측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데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국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19일 미디어오늘에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부끄러움은 회사에 재직 중인 머니투데이 기자들의 몫이 돼버렸다. 회사는 논란 이후 김만배 전 부국장과 배성준 전 법조팀장이 사표를 내자 별도의 진상 조사나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머니투데이 취업규칙 ‘복무’ 부분을 보면, 머니투데이 직원은 회사의 사전승인 없이 회사 업무 이외의 다른 직무나 영리 사업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또 개인 이익을 위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 편집국장을 지낸 김아무개 머니투데이 전무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17일 자신의 SNS에 “회사는 직원의 개인 지분 소유나 투자 활동에 대해 알 수 없고, 알려고 할 수도 없다. 김 전 부국장은 영리를 위한 다른 ‘직무’에 겸업한 것이 아니고 주주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썼다. 김 전 부국장의 화천대유 지분 100% 소유가 별문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런데 김만배 전 부국장조차 지난달 13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현직 언론인이 부동산 사업을 벌인 데 대해서는) 기자로서는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머니투데이의 C기자는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질서를 만들고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위반할 시에는 합당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주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머니투데이는 그 시스템 즉 ‘체계’가 없다”며 “그러니 회사에서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얻고, 부하직원에게 성추행해 ‘회사에서 퇴출당해야 할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우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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