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작품은 우리가 만드는데 큰돈은 미국(넷플릭스)이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 KBS는 그런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KBS가 국민의 수신료를 받으면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질문이지만, 부적절한 질의였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런 잘못된 요구는 KBS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KBS가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주최의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공영미디어의 저널리즘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라는 세션이 진행됐다. 유수정 성균관대 강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KBS 저널리즘 방향성 모색’이라는 발제를 통해 KBS 역할을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짚었다.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유수정 성균관대 강사가 공영미디어 역할에 대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유수정 성균관대 강사가 공영미디어 역할에 대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유수정 강사는 “KBS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거버넌스의 문제(정권 교체와 이사회 구성 등)로만 진행되고 있는데 퀄리티 저널리즘을 실행하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KBS가 독보적 저널리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유 강사는 KBS가 논란이 되는 보도에 충분한 설명 책무를 가져야 하고 정정보도 등을 낼 때도 다른 언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강사는 KBS가 장애인 앵커를 기용하고 패럴림픽 기간 동안 메인뉴스 ‘뉴스9’를 통해 경기소식을 장애인 앵커가 전하게 하는 등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높이 사면서도, 장애인 취재원이 매우 낮은 비율임을 지적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진행한 2019년 ‘미디어 다양성 조사’에서 KBS의 874명 취재원 가운데 장애인은 1명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 취재원 역시 전문가의 경우 14.8%였다.

▲KBS의 장애인 취재원의 비율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 
▲KBS의 장애인 취재원의 비율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 
▲KBS의 여성 취재원 비율이 낮고 전문가 여성 취재원 비율은 14%라는 조사 결과. 
▲KBS의 여성 취재원 비율이 낮고 전문가 여성 취재원 비율은 14%라는 조사 결과. 

KBS 뉴스에 자체 기획 비중이 낮은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가 ‘텔레비전 뉴스의 품질’이라는 조사에서 KBS 뉴스를 조사한 결과, 자체 기획 비율은 13.6%에 불과했다. 영국 BBC의 경우는 자체 기획 비율이 54.8%였다. KBS 뉴스 가운데 보도자료 비율은 53%였다.

이 외에도 유수정 강사는 KBS가 △단독 보도 품질을 높일 것 △따옴표 저널리즘 비율을 줄일 것 △익명 취재원 활용 비율을 줄일 것 △주어 없는 ‘논란’ 확대 재생산 경향을 줄일 것 △플랫폼을 확장하는 보도를 고려할 것 △지역 저널리즘 강화 등을 해야 한다고 꼽았다.

KBS에 대한 다양한 요구 중 필요한 것은 

유용민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 강사 지적에 동의를 하면서도, KBS에 대한 수많은 요구 가운데 정말 필요한 요구를 구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 “KBS는 왜 오징어 게임을 만들지 못하느냐”와 같은 질의는 불필요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예를 들어 KBS1 라디오 ‘뉴스 브런치’의 경우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뉴스를 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충분히 주목받고 있는가”라며 “KBS가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주목이 적더라도 다양성을 배양하고 기르는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KBS에 새로운 요구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KBS 측도 어떤 요구가 진짜 맞는 것인지 분별해서 수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용민 인제대학교 교수. 
▲유용민 인제대학교 교수. 

이소은 부경대 교수는 유수정 강사가 ‘퀄리티 저널리즘’을 강조한 것과는 다소 다른 관점을 보였다. 이소은 교수는 “아무리 좋은 뉴스라도 시청자가 보지 않으면 외면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높은 언론 신뢰도가 퀄리티를 담보한다기보다 정치적 선호나 감정적 선호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BS가 무얼 고쳐야 할까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시청자 마음을 어떻게 얻을까’를 고민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시청자와 어떻게 소통할지, TV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OTT에 어떤 뉴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미얀마 사태에서 현지 언론과 협업한 한 주간지 사례를 들면서 KBS가 이런 시도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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