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막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온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와 공혜정 대아협 대표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게 고발당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세상을 떠난 ‘정인이’ 관련 방송을 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도 고발당했다. 

대아협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그알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으로 각각 고발당했는데, 현행법에서 피해아동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아동의 정보를 공개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아동학대처벌법 35조2항은 논쟁거리다. JTBC가 지난해 9월 초등학생을 폭행한 가해자 A씨에 대해 보도했는데 A씨가 손석희 JTBC 대표를 해당 법 위반이라며 고소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서부지법은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아동학대행위자의 인적사항 등의 보도를 무조건 금지하고 있다”며 “피해 아동의 2차 피해 우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동학대 실태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아동학대행위자 관련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 즉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해당 조항과 비슷한 취지의 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을 근거로 대아협을 고발했다. 피해아동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고 헌재의 판단이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가 또 다른 단체를 형사고발하면서 단체들이 이견을 조율해가는 토론이 어려운 분위기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18일 오후 서울 개포동 대아협 사무실에서 공혜정 대아협 대표를 만나 피해아동 신상공개에 대한 의견, 고발에 대한 입장, 아동학대 범죄에서 살인죄 적용여부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 들었다. 

▲ 지난 1월 국회를 방문한 공혜정 대아협 대표. 사진=국민의힘
▲ 지난 1월 국회를 방문한 공혜정 대아협 대표. 사진=국민의힘

 

공 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이 대아협에게)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한 것은 대전에서 계부가 서연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을 말하는데 유가족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면서 공개해달라고 했다”며 “누가 2차피해를 당하고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외할머니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인터뷰하면서 가해자 엄벌해달라고 설명했는데 외할머니도 유죄냐”라며 “정치하는엄마들은 ‘2차피해’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사건을 알려달라고 정보를 준 유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아동학대 피해자 얼굴공개 SBS 그알, 고발당한 까닭]
[관련기사 : 서울서부지법이 JTBC 재판 중 위헌심판제청 나선 이유]
[관련기사 : JTBC에 재갈 물린 아동학대처벌법]

공 대표와 일문일답을 재구성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4년 국회 아동학대 관련 사진전을 개최한 의원실과 정부부처, 대아협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그 사진들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제공한 거다. 피해부위만 사진으로 공개한 것들이다. 당시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이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이 맞느냐, 내 주변엔 이런 경우 못봤다’는 식의 질문도 많이 들었다. 우리는 학대당한 아이들의 처참한 사진을 올린 적이 없다. 사실관계부터 맞지 않는다.”

▲ 2014년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관련 사진전. 사진=대아협
▲ 2014년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관련 사진전. 사진=대아협

 

-대아협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제안한 곳이기도 하다. SBS 그알에서 정인이의 생전 모습이 담긴 어린이집 CCTV 등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전국민적 주목을 받았는데 그알의 얼굴 공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인이는 입양되기 전 이름이다. 법적인 이름이 따로 있다. 그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정인이에게 언니가 있다. 누가 아느냐. 공개되지 않았다. 그알 방송에서 전국민을 울렸던 건 CCTV 영상이었다. 제공한 것은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이다. 오프닝에서 김상중씨가 말하지 않았나. 맞은 자국이 얼굴에 있어서 부득이하게 공개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익성이다. 호기심으로 시청률 때문에 공개했다고 볼 수 없다. 다른 방송사들도 정인이 얼굴 다 공개했는데 그알만 표적으로 고발했다. 대체 왜 고발했는지 모르겠다.” 

-피해아동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면 그 가족들이 알려져 피해를 입을 거란 주장도 나온다.

“피해를 누가 입었나. 피해자가 없다. 우리한테 청소년성보호법으로 고발했는데 대전 계부가 성폭행하고 살해한 서연이의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유족이 공개해달라고 했다. 유족이 반대했는데도 공개했다면 비난받아야 한다. 경찰서에서 부르면 가서 물어보고 싶다. 2차피해를 누가 당했는지. 이 사건은 끔찍한 죽음에 대해 밝혀달라는 것이다. 잘못이 아니다. 그알을 고발했다는 것은 제작진에게 사진과 영상을 제공한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정인이를 품어주던 위탁모를 트집잡는 것이다. 위탁모와 위탁모 따님이 눈물로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양부도 처벌해야 한다고.”

-JTBC가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고발당하면서 법의 부작용에 대한 논쟁도 진행 중이다. 해당 법을 발의한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도 “(JTBC의 사례는) 입법 당시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가 그 법 제정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때 안 의원이 법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통과운동을 벌였다. 당시 안 의원도 ‘부족한 것은 있지만 법 제정하기 어려우니 일단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고, 나중에 개정하는 건 좀 수월하다’고 했다. 아동학대는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공개되면 다른 형제자매가 2차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사실 잘 공개되지 않는다. 2013년 울산 계모 사건때 계모 이름 박상복이 공개됐다. 출신학교까지 공개됐다. 친딸이 있는데 공개됐나. 실제론 공개 안 된다. 강호순 공개됐지만 강호순 아들은 공개 안 됐다. 기우다.”

-피해아동의 신상을 공개할 때 기준은 뭔가?

“형법 24조(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에서 피해자의 승낙을 규정했다. 이것과 공익적 목적이 있을 때 공개가 가능하다.” 

-신상정보 공개를 무조건 금지한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탄력성의 문제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선 성범죄 피해아동을 비난하고 이를 SNS에 올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이다. 유족이 사건을 밝혀달라고 하는데 이걸 범죄로 규정하고 고발하는 건 싸우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 해군 이중사(성추행 피해자, 사망)의 부모가 자식의 신상을 공개했다. 청소년이 아니니까 문제 삼지 않는 건가. 다들 똑같은 마음이다. 범죄를 알리고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아동학대나 성학대로 피해를 당한 아동만 숨겨야 하나. 민식이같이 안전사고 피해자는 신상공개를 해도 되나. 이런 보호자들이 신상공개하는 것을 악의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 피해자의 승낙과 공익성을 고려한 예외조항은 있어야 한다.”

-민식이법, 정인이사건 등 아동의 이름으로 사건을 부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시설에서 보육교사, 베이비시터가 아동을 질식사시켰다면 가해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가해자 신상공개가 정말 안 된다. 가해자 이름으로 사건을 불러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 기사를 보면 가해자를 공개해야 한다는 댓글이 꽤 많다.

“정인이 사건이 아니라 ‘장하영(정인이 계모, 가해자)사건’이다. 나영이 사건이 아니라 ‘조두순 사건’인 것처럼. 아동학대 사건마다 ‘양천구 16개월 아동 학대사건’ 이런 식으로 이름을 못 짓는다. ‘이모 물고문 사건’, ‘인천 외삼촌 부부사건’. 두루뭉술하다. 그 지역 외삼촌들은 무슨 죄냐. ‘대전 20개월 아기 아이스박스 살인사건’이 아니라 ‘양정식 사건’이라고 해야 한다.”

▲ 언론에 출연한 공혜정 대아협 대표.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언론에 출연한 공혜정 대아협 대표.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공 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이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으로 민식이 부모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운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함께 부모들이 정치적으로 사안을 대했다는 이유에서다. 공 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가) 어린이 생명안전법 통과를 주장하며 SNS에 희생아동들의 실명을 올렸는데 안전사건의 경우는 괜찮고 성학대, 아동학대 사건에선 공개하면 안 되나”라며 “스쿨미투까지 나온 세상에서 ‘피해자는 가만히 있으라’는 주장 같다”고 비판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지난 4일 주간경향에 ‘선을 넘은 선의’라는 칼럼에서 대전 아동성학대 사망사건의 가해자 신상공개 여론이 뜨겁다며 이 사건 피해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인터넷에 돌고 있고 출처는 대아협이라고 비판했다. 장 활동가는 “SBS, 대아협, 네티즌들이 가진 선의를 안다”면서도 “하지만 ‘진짜’ 가족이라면, 내 딸이었다면 딸의 사진과 딸이 당한 학대·성학대의 내용을 공개하고 유포했을까”라며 신상공개한 이들을 비판했다. 

공 대표는 해당 칼럼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의 글을 대아협 홈페이지에 올렸다. 공 대표는 “민식이 부모는 민식이 사진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국민이 볼수 있도록 공개했는데 그때 왜 인권을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 법안 간담회에서는 피해 아동보다는 가해자인 보육교사들 편을 들던 당신이, 법안통과를 위해서는 사망아동의 실명을 공개하던 당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 아동을 위해 활동하는 대아협을 깎아내리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공 대표는 갑자기 대아협에 대한 비판 칼럼이 나왔고, 자신이 이를 반박하자 이후 고발을 당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쪽에서 대화를 요청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노력은 없었다고 했다. 대아협은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노력을 했고,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을 전수조사하게 하는 교육법개정안을 통과하는데도 기여했다. 

▲ 지난해 12월16일 양천경찰서 앞에서 집회하는 대아협 회원들. 사진=대아협
▲ 지난해 12월16일 양천경찰서 앞에서 집회하는 대아협 회원들. 사진=대아협

 

-SBS 그알 방송 이후 관심은 가해자에 대한 ‘살인죄 기소 여부’로 옮겨갔다. 검찰은 처음에 정인이 양모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했다가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한 뒤 공소장을 변경했다. 일각에선 살인죄 기소가 오히려 유죄를 입증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 주장을 처음 제기한 변호사는 장애인 성범죄 전문 변호사다. 성범죄는 증거 찾기가 어렵고 수사기관에선 심신미약 등으로 장애인의 증언만으로 기소를 잘 안 한다. 성폭행 등 형량이 높은 범죄로 입증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는 대다수 아동학대 살인과 다르다. 아이의 몸이 살인의 증거다. 조주빈 사건에선 ‘평생 감옥에 넣어라, 사형시켜라’라며 엄벌에 처하라는 주장이 쉽게 나오는데 아동사건에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동학대 사건은 2013년 울산계모 박상복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아동학대 사건 중 최초로 살인죄로 처벌받았다. 그전에는 아무리 끔찍하게 사망해도 상해치사였다. 이후로 미필적 고의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받으며 형량이 높아졌다. 어른의 주먹과 발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될수 있다고 고등법원에서 판단하며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정인이의 경우 훼손되기 쉽지 않다는 췌장이 절단됐다. 이런 사건에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 마땅히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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