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은 ‘시청률 지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TV수상기를 통한 시청률 조사는 ‘패널’ 표본을 통해 조사되는데, 표본이 4000가구 정도다. 최근 TV수상기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 등으로 콘텐츠 시청 경향이 확대되면서 기존 조사 방식의 신뢰도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주최 가을철 정기 학술대회에선 ‘현행 시청률 조사의 한계와 시청 형태 변화에 따른 대안 모색’이 이뤄졌다.

이날 성윤택 코바코(KOBACO) 연구위원은 ‘N스크린 시대, 정확하고 높은 시청률? 통합시청조사 현안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공적 기구가 개입해 시청률 조사 방식을 감시하고 개발하는 등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성윤택 연구위원은 “한국의 개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93.1%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개인이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등 N스크린(모바일, PC, VOD) 시대가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시청률 조사는 여전히 TV수상기를 통해 패널을 뽑아 진행하는 방식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성 위원은 “시청률 조사 한계로 대표적인 것이 0% 시청률”이라며 몇몇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 기록이 있더라도 시청률이 0%로 기록되는 사례를 꼽았다.

실제 시청한 사람이 있음에도 시청률 조사 업체 ‘패널’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괴리 현상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업자들은 ‘시청자가 있는데 왜 0% 시청률이냐’고 따지는 일이 잦다고 한다. 방송사업자들은 시청률을 토대로 홍보하고 광고영업을 하기 때문에 ‘0% 시청률’에 항의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닐슨미디어와 TNMS로 대표되는 조사회사 간의 상이한 시청률 때문에 사용자들이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2021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성윤택 연구위원이 시청률 관련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2021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성윤택 연구위원이 시청률 관련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오래된 일이다. 이 때문에 1999년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가 구성되기 시작했고 2005년까지 시청률 조사 검증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률조사협의회는 2007년 해체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2008년부터는 연구 용역 형태로 진행됐다. 시청점유율 제한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는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에서 개발된 검증 영역을 기반으로 시청점유율 조사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기도 했다.

성윤택 연구위원은 미국의 MRC(Media Rating Council) 사례를 들며 “K-MRC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시청률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MRC란 1960년대 미국에서 업계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시청률 검증 조직으로, 시청률 조사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감시한다.

“공적 기구 개입해 시청률 조사 방법 개발해야”

성 위원은 K-MRC와 같은 기구를 만들기 위한 기금으로, 방송발전기금 등 정부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적 기구가 개입해 시청률 조사 신뢰도를 높일 검증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셋톱박스를 활용하여 시청률을 측정해 조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성 연구위원은 “IPTV 측은 셋톱박스를 통해 각자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제공 받으면 시청률 조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며 “공적 기구가 나서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기구일 경우 각 사업자들의 데이터를 모으기 힘들고, 개인정보 문제 등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적 기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활빈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 이용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시청률 조사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시청률 지표는 광고비 집행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이 주요하게 보는 지표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는 “현재 시청률 조사 패널 구성이 지상파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서 유료방송 입장에선 불만이 나온다. 예를 들어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환승역이나 지하철,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TV수상기는 시청률 조사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성윤택 연구위원은 통합 시청조사에 있어, 각 방송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짚었다.  
▲성윤택 연구위원은 통합 시청조사에 있어, 각 방송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짚었다.  

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IPTV 등이 갖고 있는 데이터는 민간 데이터로 볼 수도 있지만, 시청률이라는 데이터는 공공재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각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해 현재 시청률 조사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에서 특별법 등을 만들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적으로 신뢰도 있는 시청률 데이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닐슨미디어 측 황성연 박사는 “시청률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 방식을 변화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시청률 조사 한계를 인정했다.

황 박사는 “0% 시청률 문제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패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패널이 많을수록 관리가 어렵다”며 “샘플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IPTV 측과의 데이터 공유도 애썼지만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닐슨 미디어 소속의 황성연 박사가 시청률 조사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닐슨 미디어 소속의 황성연 박사가 시청률 조사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조사 신뢰도를 높이려고 민간 업체가 수백억을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시청률 데이터 한계를 알고, 대안도 알고 있지만 민간 업체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공적 기금 투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황성연 박사는 IPTV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통합 시청률 조사에 대해 “통합 시청률을 만든다고 해도 각 방송 사업자들(지상파·종합편성채널·CJ ENM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미완의 ‘통합시청점유율’에 필요한 ‘퍼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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