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4~5년 전 ‘장충기 문자’를 보낸 당사자이자 연합뉴스 편향보도 논란의 책임자로 지목돼 온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영입해 논란이다.

홍준표 캠프는 17일 오후 영입 보도자료를 내어 김선동 전 국회의원을 공동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을 홍보본부장, 이상현 전 신문유통원장을 언론홍보특보로 각각 영입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캠프는 김선동 공동 총괄선대본부장을 두고 “강원 원주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재선 국회의원(18·20대) 등을 역임했다”며“앞서 그는 이날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선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홍준표 캠프는 이창섭 홍보본부장을 두고 “연합뉴스 편집국장, 연합뉴스TV 총괄부국장, 펜엔드마이크 사장 겸 편집본부장 등을 역임했다”고 설명했고, 이상현 언론홍보특보에 대해서는 “신문유통원장, 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등을 역임했다”고 썼다.

이창섭 신임 홍보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편집국장 대행을 하면서 정부여당 편파보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한·일 위안부 문제와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극우·보수 진영을 대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017년 6월15일 언론부역자 명단에 이 전 대행을 포함시켰다.

이 본부장은 삼성 장충기 문자의 당사자로도 알려져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가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돕고 있는 언론인으로 소개됐고, 이 본부장 본인이 돕고 있다고 문자를 보낸 내역도 드러났다.

지난 2015년 7월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다”며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한다”고 썼다.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이창섭 본부장 본인도 같은해 7월18일 장 전 사장에 보낸 문자에서 “사장님 연합뉴스 이창섭입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창섭 올림”이라고 썼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 노동조합 간부를 했던 한 중견기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며 “뭐가 급해서 그런 사람을 홍보본부장을 앉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착잡하다. 권력과 자본을 따라다니는 행태에 불과하지 않나. 또다른 권력을 추구하려는 것에 분노한다”며 “공정보도를 훼손했던 사람이며, 장충기 문자에도 나타난 것처럼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독립해 기사를 써야 하는데도 대표적인 권력에 굽히고 들어간 인물인데, 홍준표 후보가 왜 영입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준표 캠프는 언론노조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도 그런 비판이 있다는 것을 무겁게 인지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jp희망캠프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사진촬영하고 있다. 사진=홍준표 캠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jp희망캠프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사진촬영하고 있다. 사진=홍준표 캠프

 

여명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1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 부역자로 선정했다는) 언론노조 주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도 “(장충기 문자에 들어있다는 내용은) 인지하겠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최재형 캠프에 있던 인물로, 최재형 캠프가 홍 후보를 지지하면서 들어오게 됐다”며 “우리 캠프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온 분이다. 그런 지적은 주의깊고 엄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창섭 홍준표캠프 홍보본부장은 17일 밤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와 통화에서 과거 언론노조의 언론부역자 규정을 두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인이 보수적인 사상을 가졌다고 언론부역자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며 “이런 극단적 낙인찍기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세상을 바꿔야 나라가 선진국이 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황영기 문자에 “황영기 문자는 황영기씨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왜 그런 취지의 문자를 보냈는지 알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황영기가 과장했다고 단언한다. 외부인은 지금도 연합뉴스의 논조를 좌우할 수 없다”고 썼다. 

이 본부장은 본인이 장충기 사장에 보낸 문자를 두고 “장충기에게는 연합뉴스 경제파트 간부 사원들을 소개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 바 있다”며 “최고의 취재원을 국장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자들에게 소개한 것이고, 장충기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의 경영 전략을 취재하고, 이재용과의 단독인터뷰를 요청했다. 핵심 취재원과 부장들을 소개한 것이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언론을 그만두고 특정정당행을 한게  타당한 것이냐는 질의에 이 본부장은 “연합뉴스를 떠난지 5년여가 됐고, 나라가 이렇게 돼서는 안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자원봉사의 의미로 돕게 됐다”고 답했다.

[기사 일부 수정 : 2021년 10월18일 오전 1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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