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에 기댄 기업 마케팅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국외 SNS 홍보에 오징어게임을 차용했다가 세계 누리꾼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글로벌 홍보용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홍보물을 올렸다. 트윗은 스타리아와 엘란트라, 아이오닉5 등 현대차가 출시한 자동차 그림을 묘사한 ‘달고나’와 함께 “누가 게임에 참여하겠느냐, 어느 것을 고르겠느냐”고 했다. ‘#현대 #달고나 #오징어게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당 트윗을 놓고 맥락에 어긋난 홍보라고 지적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드라마 주요 모티프의 하나로 자동차 대기업의 부당한 대량해고와 노동자 파업에 대한 폭력진압이 등장하는데, 이 같은 맥락을 빼놓고 이미지만 홍보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홍보용 트위터 갈무리
▲현대자동차 홍보용 트위터 갈무리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은 자동차기업 ‘드래곤모터스’ 조립팀에서 일하다 10여년 전 대량해고된 인물로 나온다.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했다가 경찰 폭력에 동료를 잃고, 치킨집과 대리기사 등을 거치며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간다. 이후 나락의 끝에서 목숨을 건 ‘오징어게임’ 제의에 응한다. 황동혁 감독은 실제 드라마에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트윗에 댓글로 “자동차 기업에 십수년 충성하고도 해고당한 뒤 인생이 망가진 남성에 대한 드라마를 자동차 기업이 차용하다니, 현대와 오징어게임이 모두 한국 것인 만큼 현대는 자기인식이 아예 없는 듯하다”고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현대는 ‘오징어게임’ 주인공이 제조공장에서 파업하다 동료들이 숨져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는 점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장석원 전국금속노동조합 언론부장은 “현대차는 미래차(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생산물량을 가지고 현장 노동자를 서로 싸움 붙이는 오징어게임을 벌이고 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술의 맥락을 무시하고 자사의 광고 재료로 가져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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