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소탐대실하지 않길 바란다. 건당 매출을 바라보다 독자를 잃기 때문이다. 독자의 신뢰를 얻는 게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지만 매출과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10여년차 연합뉴스 기자가 ‘기사형 광고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연합뉴스가 돈을 받고 쓴 광고기사를 일반 기사처럼 포털에 전송해온 사실은 구성원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회사가 편집국에 알리지 않은 채 13년째 ‘기자 바이라인’을 단 광고를 내보내는 수익사업을 벌인 사실을 알고서다. 이후 기자들은 지난 9월8일부터 32일 간 포털 기사노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마주했다. 

기자들은 이번 사태에 부끄러움과 좌절을 함께 느꼈다고 입 모았다. 일부는 ‘대가성 기사란 원인보다 포털 중단이란 결과에 좀 더 집중했다’고 돌이켰다.

자사의 기사형 광고 사업을 보도로 접한 기자들 반응은 ‘대가성 기사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측의 대응 실패에 대한 분노’로 나뉘었다. 10년차 이하의 연합뉴스 A 기자는 “기사형 광고의 존재를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다들 당황했다”며 “사측이 불법적 행태를 한 점에도 굉장히 화가 났고, 회사는 사과하고 정식 절차를 밟을 일에 기사를 전부 지우면서 대응했다. 소속 일원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고 자존심도 상했다”고 했다. 15년차 이상의 B 기자는 “(기사형 광고가) 여태까지 문제된 적 없으니 신경을 안 썼다. 부끄러운 것”이라 했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10년차 이상인 C 기자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며 “구성원들은 (기사형 광고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포털 노출 중단과 퇴출 가능성이란 결과가 너무 크게 다가오다 보니 본질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당시엔 경영진에 대한 분노 표출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고 했다.

조성부 경영진의 ‘묵묵부답’이 기자들 분노를 키웠다. 연합뉴스 데스크급 직원이 미디어오늘의 관련 보도가 이어진 지난 7월 사내 게시판에 사측 해명을 공개 요구했으나 답변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진은 대내외에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 계약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사측은 기자들 해명과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 기사를 보도하며 반발을 샀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묻는다 / 미디어오늘 사설 ]

입사 10년차 이하 D 기자는 “회사 대응 과정은 불투명했고 아마추어 같았다. 다들 당시 경영진에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C 기자도 “내부 해명 절차는 부족했던 게 아니라 거의 없었다”며 “이게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비롯한 설명이 필요했다. 구성원들은 기사로 이를 접한 데 대한 배신감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14년차 이하 연합뉴스 기자 127명과 차장급 11명은 8월17일 연서명을 내 조성부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성명은 “기사형 광고 사태는 그 자체로 대참사”라며 “구성원들이 지키고 믿어온 연합뉴스의 공적 책임 또한 무참히 짓밟혔다”고 썼다.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독자 신뢰 낮아지던 차…위기감, 상상 이상”

기자들이 기사형 광고 여파를 피부로 느낀 계기는 32일간의 포털 노출 중단과 재평가(퇴출 여부 평가)다. 기자들은 그 타격이 경제적 손실 이상이었다고 했다. D 기자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더 컸다. 과거 기사까지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허탈했다”고 했다. C 기자는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해마다 정부로부터 300억여원의 구독료를 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좌절감은 어디서 기인할까. 구성원들 설명을 종합하면 여기엔 여러 맥락이 겹친다.

C 기자는 “현 상황을 단독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포털 노출 중단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실 이번 정부 들어서 인공기 보도나 오보를 비롯한 사건으로 연합뉴스에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은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대응하고 경영진은 구성원에 쇄신을 공약했는데, 이렇게 포털에서 빠진다고?’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가 여론 뭇매를 받아온 위기감이 저변에 놓였다는 얘기다.

B 기자는 “노출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기자들에게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연합뉴스는 지면이 없다. 전파 방송을 타지도 않는다. 연합뉴스 기자들의 바이라인이 알려지게 된 건 포털의 힘이 크고 주요 유통 통로”라며 “노출 중단은 비유하자면 ‘정간 사태’ 같다”고 했다.

▲지난달 포털 노출 중단 당시 네이버 연합뉴스 페이지
▲지난달 포털 노출 중단 당시 네이버 연합뉴스 페이지

“공영언론 의미 새겨야”…내달 재평가

기자들은 사기 저하가 실제 보도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봤다. 포털 중단이 신임 경영진과 편집국 출범 시기와도 겹친 점이 한몫했다. 성기홍 신임 연합뉴스 사장은 ‘기사형 광고’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쇄신을 공약했다. 조채희 신임 편집국장이 임명됐다. D 기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읽을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일부러 내일자 기사를 작성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그래야 중단 기간 스스로 좌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0일자로 포털에 복귀했다. 그러나 포털 퇴출 여부 평가를 앞두고 있다. 제평위는 이달에 걸쳐 연합뉴스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하고 다음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C 기자는 “포털 복귀로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다. 기자들 사이 재평가 이야기는 거의 없다. 잘 몰라서 생각하지 않는 게 크다”고 했다.

기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사형 광고 관행이 뿌리뽑히기를 희망했다. C 기자는 “우리 (기사형 광고) 사건이 맘에 걸리기도 하는데, 언론사들이 길게 보고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란다. 독자들이 언론사 사이트의 저급한 기사를 읽다가 들어가지 않게 되고 도리어 포털에 대한 종속성이 커지듯, 궁극적으로는 기사형광고도 독자를 잃는 길”이라고 말했다.

D 기자는 “이번 포털 노출 중단 사태는 연합 구성원들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며 “무엇보다 독자를 기만하는 이런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공영언론으로서 의미를 되새기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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