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소도시에서 일어난 무차별 화살 난사사건 현장에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사이렌이 울렸다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보도는 현지 외신 보도를 부정확하게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의 소도시 콩스베르그에서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활로 화살을 쏴 행인 5명을 무차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찰은 이 남성이 번화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화살을 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주하는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14일 오전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오징어게임’을 제목에 올렸다. 중앙일보 “‘오징어게임 사이렌 들리더니 화살 쏟아졌다’ 노르웨이 5명 사망”, 동아일보 “오징어게임 사이렌 들리더니 화살 쏟아져…노르웨이서 5명 사망”, 조선일보 “‘오징어게임인 줄 알았다’ 노르웨이 번화가에서 사냥하듯 화살 난사” 순으로 기사가 나왔다.

▲포털 뉴스페이지 ‘오징어게임 노르웨이’ 검색결과 갈무리
▲포털 뉴스페이지 ‘오징어게임 노르웨이’ 검색결과 갈무리

이들 언론사는 용의자 체포 현장 인근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전하며 ‘오징어게임에서 듣던 사이렌소리가 울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오슬로에 거주하는 한 학생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서 듣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TV를 크게 틀어놓은 줄 알았다’면서 ‘실제로 누군가 지옥처럼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같은 인용구를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외신 문구와 비교해 보면 이는 부정확한 내용이다. 영국 타임즈와 미러 등 외신은 ‘사르키스 유난’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현지 언론에 “(집에서) 앉아 오징어게임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보고 있던 (오징어게임) TV 시리즈에서 나는 것인 줄 알았다”며 “갑자기 경찰이 '무기 내려놓으라'고 엄청나게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미러’ 보도 페이지 갈무리
▲영국 ‘미러’ 보도 페이지 갈무리

중앙과 조선, 동아일보는 목격자가 사건 당시 경찰의 경보음을 드라마 효과음으로 착각했다는 증언을 ‘오징어게임에 나오던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고 잘못 옮긴 것으로 추측된다. 중앙의 경우 ‘실제로 누군가 지옥처럼 비명을 질렀다’고 했는데, 경찰이 외치는 소리를 오역한 대목으로 보인다. 중앙은 보도 이후 최초 제목에서 ‘오징어게임’을 빼고 “‘사냥하듯 화살 쏟아졌다’…노르웨이 화살 테러로 5명 사망”으로 고쳤다.

문화일보와 뉴스1은 각각 이를 “‘오징어게임’에서 난 소리인 줄 알았어요” “오징어게임 소리인줄” 라고 의역했다. 다수 언론사들은 노르웨이 무차별 살해 사건을 전하며 ‘오징어게임’을 제목에 강조하거나 본문에 인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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