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판하자 대구시가 대신 해당 언론사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대구시가 시비 약 577만원(송달·인지대) 을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이 소송에서 패소해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했다. 이에 대구시가 권 시장에게 소송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MBC 라디오 ‘뉴스대행진’ 진행자인 이태우 기자는 지난해 4월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 시장이 전국적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 했다”, “늑장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6월 권 시장은 위 발언을 문제 삼아 이 기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두 차례 형사 고소를 했고, 같은달 대구시는 대구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가 같은해 4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신청했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권 시장과 대구시가 역할을 나눠 법적대응에 나선 것이다. 당시 언론관련 단체나 법조계 등에선 권 시장의 대응이 과도하다며 ‘언론 입막음’이라고 비판했다. 

▲ 권영진 대구시장. 사진=대구시
▲ 권영진 대구시장. 사진=대구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에서 대구시 예산으로 정정보도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게 적절한 지 권 시장을 추궁했다. 김 의원은 “대구시가 대구MBC 라디오를 상대로 소송했는데 1심에서 패소해 577만원 정도 시비에서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 관련해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있어서 대구시 차원에서 했고, 개인 건은 시비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권 시장은 형사고소 건은 자신이 사비로 지출하고 대구시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대구시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답했지만 판결문을 보면 민사소송 역시 권 시장에 대한 부분을 대구시가 대신한 측면이 있다. 

김 의원이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대구MBC 관련 정정보도 민사 판결문을 보면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 시장’이란 표현에 대해 권 시장 개인에 대한 비판이므로 대구시가 침해당한 법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시’가 이 표현에 대해 소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란 뜻이다. 

재판부는 “개인과 단체는 법적으로 다른 별개 인격체이므로 단체 대표자인 개인에게 피해를 가하는 사실적 주장이 있었다 하더라도 곧 그 단체 자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며 “보도 내용에 단체명과 개인 성명이 모두 언급됐더라도 구체적 내용이 개인의 행태와 언동에 관한 것으로 단체의 개별적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이 “판결문을 보면 (대구MBC의) 보도 내용은 개인의 행태에 대한 것이고 대구시는 청구권자의 지위가 없다고 보고 있는데 인정하느냐”라고 묻자 권 시장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 대구시 민사소송 비용내역(대전MBC 정정보도 청구 소송 관련). 자료=김민철 의원실
▲ 대구시 민사소송 비용내역(대전MBC 정정보도 청구 소송 관련). 자료=김민철 의원실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대구시 평가보다 실패한 늑장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표현에 대해 재판부는 대구시가 정정보도를 청구할 지위에 있긴 하지만 해당 표현은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대구시의 주장을 기각했다. 권 시장이 해당 기자에게 형사고소장을 두 번이나 접수한 것과 연결해보면 사실상 대구시가 동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대구시가 원고가 돼 소송을 진행하고 결국 패소한 이번 사건에서는,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대구시가 아니라 권 시장에게 소송 당사자 적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약 577만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은 당연히 권 시장이 부담해야 한다”며 “대구시가 권 시장으로부터 해당 소송비용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민철 민주당 의원. 사진=김민철 의원실
▲ 김민철 민주당 의원. 사진=김민철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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